올 시즌 종료 후 LG 트윈스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단연 외야수 이재원(23)이다.
먼저 염경엽 LG 신임 감독이 이재원의 이름을 꺼냈다. LG 지휘봉을 잡은 후 첫 인터뷰에서 "이재원의 후반기 모습을 보면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는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봤다. '우리 팀(LG) 4번 타자가 하나 나오겠다. 내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염 감독은 "박병호(KT 위즈)처럼 키워보고 싶다"라고 했다. 박병호는 염경엽 감독이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사령탑으로 있던 2013~2015년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재원은 자신을 향한 사령탑의 기대를 접했다. 그는 "감독님이 그렇게 얘기해 주셔서 솔직히 기분이 엄청 좋았다.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주셔서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로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이재원은 염경엽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상무 야구단 지원을 철회하고 내년에도 LG에서 뛰기로 결정했다. 이재원은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해야죠"라고 응답했다.
박병호 역시 이재원을 눈여겨본다. 11월 중순 열린 KBO 시상식에 개인 역대 최다 6번째 홈런왕 자격으로 참석한 그는 '박병호 다음 세대 홈런왕은 누가 될 것으로 보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박병호는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그는 "홈런을 치는 재능을 보면 LG 이재원이라고 생각한다. 이재원이 정말 뛰어나다"라고 인정했다.
박병호를 롤모델로 삼는 이재원은 "굉장히 영광스럽다. 병호 선배님이 날 언급한 만큼 누가 되지 않도록 잘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병호 선배님이 믿음을 보여주셨으니 내가 주저앉으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1군 통산 18홈런에 불과한 타자를 주목하는 건 이재원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컨택트 능력이 다소 떨어져 삼진은 많지만, 방망이에 한 번 걸리면 담장을 제대로 넘긴다. 그만큼 파워가 대단하다. 올 시즌 이재원의 타수당 홈런은 박병호(0.08개) 최정(0.06개·SSG 랜더스)에 이은 리그 3위(0.058개)였다. 지난해 62경기에서 타율 0.247 5홈런 17타점을 기록한 그는 올해 타율(0.224)이 떨어졌지만 홈런을 13개 터트렸다. 규정타석에 훨씬 미치지 못한 253타석만 소화하고도 팀 내 홈런 3위에 올랐다. 장타율이 2021년 0.383에서 올해 0.453으로 향상했다.
2020~21년 퓨처스리그 홈런왕 출신 이재원은 서울고 시절에는 강백호(KT)와 함께 중심 타선을 형성했다. 입단 5년 차(2018년 LG 2차 2라운드 전체 17순위)에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큰 체구(1m92㎝, 100㎏)에 힘도 좋아 '잠실 빅보이'로 통한다.
이재원은 올 시즌을 돌아보며 "만족보다 아쉬움이 크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내가 타석에서 조금 덤볐다. 차분하게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내년 시즌 이재원에게 더 많은 타석 기회를 줄 계획이다. 사령탑이 이례적으로 "키워보고 싶다"고 밝힐 정도로 기대감이 크다. 이재원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며 "그동안 실력에 비해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았다.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너무 죄송했다"라며 "앞으로는 실력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