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장고 끝에 ‘새로운 롯데’를 향한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이번에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알려진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세대교체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롯데는 15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35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3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신동빈 회장은 예년보다 보름 이상 더 숙고의 시간을 가지는 등 뒤늦은 인사를 내며 ‘새로운 롯데’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롯데는 2020년 황각규 전 부회장의 퇴진과 외부 인사 수혈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이번에는 송용덕 부회장까지 변화의 물결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1955년생으로 황각규 전 부회장과 동갑인 송 부회장은 최근까지 신 회장을 지척에서 보필하며 롯데의 살림살이를 책임졌던 인물이다. 35년 이상을 롯데에 몸담은 전형적인 ‘롯데맨’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인사를 앞두고 나홀로 매장을 도는 등 초심으로 돌아가 롯데의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롯데건설발 자금 경색 등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칼날을 뽑아 들었다.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영구적 위기’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택했다.
신 회장은 혁신 가속화를 위한 젊은 리더십을 앞세우고,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며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너가 3세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보는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 5월 첫 임원이 되고 고속승진을 이어가고 있는 신유열 상무는 신사업 분야에서 그룹 내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부 인재 영입도 눈에 띈다.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과 김혜주 현 신한은행 상무를 각각 롯데제과와 롯데멤버스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특히 롯데그룹의 모기업인 롯데제과 대표이사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하며 강력한 혁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창엽 신임 대표는 한국과 북미에서 30년 이상 글로벌 소비재회사에서 근무한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다. 롯데멤버스의 첫 외부 여성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혜주 전무는 금융, 제조, 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풍부한 데이터 분석 경험을 보유한 빅데이터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