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제작보고회가 19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이해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가 참석했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먼저 이해영 감독은 ‘유령’이라는 제목에 대해 “관객들이 처음 들었을 때 간결하고도 명확하면서 동시에 호기심이 생기는 제목이길 바랐다. ‘유령’은 이야기가 시작됐던 시점, 지향하는 목표 지점까지 함축할 수 있는 제목이다. 암호명, 작전명이자 독립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 전체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많은 이야기를 한 단어에 녹여내는 힘 있는 단어”라고 밝혔다.
이어 “‘독전’은 스타일리시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였다면, ‘유령’은 목표나 지향점이 아니다. 제대로 된 캐릭터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캐릭터들이 각자, 함께 있을 때 여러 조합으로 어우러져서 만들어지는 앙상블이 이뤄지면 좋겠다가 큰 지향점이었다. 스타일, 미장센은 잘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가까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시대가 일제 강점기인데, 우리가 기존에 접했던 좋은 영화들이 많지만, 또 차별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해영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장르 영화로 간다고 해 시대의 고증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장르라는 것에서 많이 끌렸다. 또 기존 항일 영화와 다른 색감이 있을 것 같았다. 이해영 감독님이 ‘독전’ 때 상업영화의 냄새를 맡은 것 같아 잡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간사한 마음으로 선택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무라야마 쥰지는 야망이 크고, 용의자이자 유령이 누군지 알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속을 알 수 없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는 인물로 비춰지기를 바라며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출산 후 ‘유령’으로 복귀하게 된 이하늬는 “갑자기 배우 행세를 하는 것 같아 이래도 되나 싶다. ‘유령’은 만 3년 만에 개봉하는 것이다. 열과 성과 뼈를 갈아 넣었다고 할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며 웃었다.
액션 연기에 대해서는 “죽다 살아났다”며 “이렇게 치열하게 액션을 준비한 적이 있었나 싶다. 총기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실탄사격장에 가서 연습하고 장총도 싸봤다.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에 이어 이해영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박소담은 출연 계기에 대해“감독님에 대한 믿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나의 배역으로 5~6개월의 시간을 보낸 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잘 모를 때였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줬다. 현장에서 배운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이 작품으로 연락을 줬을 때 ‘무조건 하고 싶다’고 말했고 시나리오를 읽고 욕심이 커졌다”며 이해영 감독을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박해수는 “처음에 이해영 감독님이 손 내밀어 줬을 때 다카하라 카이토에 집중해 봤다. 모든 역할의 다층적 심리가 흥미로웠다”며 출연 계기를 전했다.
100% 일본어 연기에 대해서는 “긴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너무 두려웠다. 역할이 매력적이어서 하고 싶었는데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해서 연습해본다고 했다. 안 되더라. 설경구 선배에게 전화해 가능하겠냐고 하니 이해영 감독님을 만나보라고 했다. 이해영 감독님이 한 걸을 다가와 줬다”고 회상했다.
이어 “믿음을 줬다. 거절하고 싶었는데 하고 싶다고 했다. 수능 공부하듯 연습했다”고 덧붙였다. 서현우는 “설경구 선배님에 대한 팬심으로 시작했다. ‘독전’을 통해 만났던 이해영 감독님께 ‘독전’ 때는 충분히 많이 보여주지 못했는데 다른 작품으로 기회를 줘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멋있는 역할들인데, 이 사이에서 나는 멋있게 하면 안 될 것 같더라”라며 “내 멋있음은 다 채울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에너지를 느꼈다. 연기적으로 이상한 선택을 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그걸 좋아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해영 감독은 “자랑하고 싶은 모든 것은 배우뿐이다. 배우들의 매력을 오랫동안 이야기하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 ‘유령’의 시작은 이하늬였고 결승골 지점은 설경구였다. 설경구를 모시기 위해 열심히 시나리오를 썼다. 다 덮어두고 원한다고 했던 내 손을 잡아준 설경구에게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