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온라인 메신저에서 차세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탈바꿈한다. 내년을 기점으로 '소통'에 방점을 찍은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최근 추가한 카톡 프로필 '공감 스티커'로 변화의 포문을 열었다. 관계와 목적, 장소에 국한하지 않고 관심사와 취향으로 연결된 놀이터로 진화해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는 '비욘드 코리아'를 실현한다.
카톡, 메신저서 놀이터로 2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카톡 모바일·PC 앱 업데이트 버전을 배포하며 공감 스티커를 선보였다. 원하는 이용자에 한해 카톡 프로필 하단의 편집 기능으로 적용할 수 있다.
여러 감정을 표현하는 4가지 형태의 스티커로 구성했으며, 프로필 내에 자유롭게 배치한 뒤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단순 공감형과 슬라이드 공감형 스티커로 나뉘며, 슬라이드 스티커의 경우 간단한 문자 입력도 가능하다. 특정 주제에 대한 공감이나 지금 나의 기분 등을 주고받으며 지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공감한 사람의 목록은 프로필 주인만 확인할 수 있다. 스티커를 길게 누르면 공감을 취소할 수 있다.
이런 카톡의 변화는 이미 올 상반기에 예고된 바 있다.
카카오의 여민수·조수용 전 공동대표가 카톡 내 광고를 넣은 '톡비즈'로 중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면, 남궁훈 전 대표는 카톡을 비지인·비목적성 소통 플랫폼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규모 서비스 장애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은 남궁훈 전 대표 대신 현재 권미진 부사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남궁훈 전 대표는 지난 6월 온라인 간담회에서 "카톡 프로필을 활용한 새로운 소통 방법을 생각한다"며 "나를 다채롭게 표현하는 캐릭터가 있는 공간으로 변하고, 멀티 페르소나(정체성)를 표현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분이나 감정을 표현하면 프로필에 방문한 사람들과 이모티콘·메시지·선물하기 등 기능으로 인터랙션할 수 있게 된다"며 "프로필 안에서 펫을 키우는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전 여친 프로필에 '공감' 눌러버렸어요" 다만 이용자가 직접 선택해 가입하는 일반적인 SNS와 달리 카톡은 국민 대다수가 필수로 쓰는 서비스라 새로운 시도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일단 단계적으로 기능을 도입하며 이용자 피드백을 취합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프로필을 꾸미는 스티커는 이미 존재했다. 인터랙션 개념이 이번에 들어간 것"이라며 "해당 기능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용자도 있어 (선택권을 줬기 때문에) 기존 SNS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새로운 기능에 익숙하지 않아 생긴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헤어진 연인의 프로필에 몰래 들어갔다가 실수로 공감 스티커를 누른 이용자가 취소하는 방법을 물어보거나 상대로부터 차단당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카카오는 카톡의 진화 가능성을 친구 목록의 '업데이트한 친구'에서 봤다. 사진이나 문구 등 프로필이 바뀌면 화면 상단에 노출하는 이 기능의 하루 이용자 수가 900만명에 달했다. 출퇴근길 등 짧은 시간 안에 지인의 근황을 살펴보는 도구로 쓰인 것이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카톡 개편은 이제 시작"이라며 "카톡 프로필에 공감 스티커 기능을 추가해 비목적성 인터랙션 SNS 앱으로 변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감 스티커를 시작으로 순차적인 서비스 개선안이 나올 예정"이라며 "2023년 톡비즈 매출 고성장(전년 대비 22.5%)을 기대한다"고 했다.
카카오는 해외 이용자 유입 채널인 오픈채팅도 강화했다.
'오픈채팅봇'은 기존 환영·알림 메시지와 질문·답변 등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채팅방 주제와 관련된 새로운 소식도 공유한다.
NPC(이용자가 조종할 수 없는 안내용 캐릭터)의 역할인데, 향후 카톡 머드게임(텍스트 기반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카카오의 방향성과 부합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 반응을 확인해 보다 즐겁게 카톡의 신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끔 개선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