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윤서를 최근 일간스포츠 사옥에서 만났다. 영화 ‘올빼미’에서 강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조윤서는 배우로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팬이 생겼음은 물론 인생작까지 만들게 됐기 때문. 자기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로 한 해를 ‘열일’로 보낸 조윤서는 내년에 또 새로운 작품들로 대중 앞에 선다. 배우 조윤서의 진가를 보는 건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하고 있던 드라마 촬영이 끝나서 쉬다가 ‘올빼미’가 개봉하면서 홍보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올빼미’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데. “사실 올해 영화 시장이 워낙 안좋았고 ‘올빼미’가 개봉하던 시기도 극장가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어서 큰 기대는 안 했다. 다만 ‘좋은 영화를 만든 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거기에 만족하고 들뜨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아주셨다. 무대인사를 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관객들로 가득 차 있더라. 진짜 감사했다.”
-주변 반응은 어떻던가. “사실 우리 엄마가 진짜 칭찬에 박하다. 지금까지 내가 출연한 작품을 보고 ‘진짜 재밌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근데 ‘올빼미’를 보고 나와서 ‘한 장면도 버릴 게 없다. 재미있게 봤다’고 하시더라. 엄마를 만족하게 했으면 됐다 싶었다.”
-소현세자(김성철 분)와 강빈의 서사가 비극적이라 연기하면서도 힘들었을 것 같다. “사실 영화에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실제로 소현세자와 강빈이 타지에서 8년여 있으면서 엄청 서로 의지했고, 이뤄낸 것도 많다. 그 전사를 알고 연기를 하니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실존 인물이라는 걸 아니까 ‘얼마나 억울했을까’ 싶어 후반부에는 아주 힘들었다.” -‘올빼미’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강빈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내가 제일 마지막에 캐스팅된 것으로 안다. 촬영 들어가기 한 2주 전쯤에 캐스팅이 됐을 거다. 듣기로는 강빈에 맞는 인물을 찾기 위해 오래 시간을 들였는데 못 찾으셨다고 한다. 그러다 내가 추천으로 오디션에 들어가게 됐다. 사실 내가 대본을 빠르게 못 넘기는 편인데 ‘올빼미’는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역을 떠나서 이 작품에 너무 소속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진짜 열심히 준비해서 갔다. 감독님, PD님, 제작사 대표님 등등 다 와 계셨다. 오디션장에 10~15분 정도가 앉아 계셨던 게 기억난다. 오디션을 마치고 얼마 안 있다가 연락이 왔다. ‘강빈으로 같이 하자’고 하더라. 정말 기뻤다.”
-어떤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는지. “‘죽으라고 해야지’라는 마음뿐이었다. 좋은 작품에 내가 폐만 끼치지 말자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연기 욕심도 굉장히 많이 났다.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들과 다른 느낌의 캐릭터이기도 했고, 아이 엄마 역도 처음이었다. 부담과 무서움을 느끼기도 했고, 그래서 더욱 매달려서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장면이 제일 어려웠나. “감독님께도 말씀드렸는데 아들과 만나는 첫 장면이 정말 어려웠다. 8년여 만에 아들과 만나 ‘제가 어미입니다’라고 하는데, 연습을 할 때는 감정이 잘 안 잡히더라. 어떤 감정일지 잘 와 닿지 않아서 내 엄마를 많이 떠올렸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가 잡히기 시작했다.”
-원손 역의 이주원이 오열하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아빠를 잃은 뒤에 경수(류준열 분)를 잡고 오열하는 장면에서 나도 놀랐다. 원손으로 보였다가 아빠엄마를 잃은 아이로 보였다 했다. ‘올빼미’를 세 번 봤는데, 그 장면에서 매번 울었다. 다른 관객분들도 그 장면에서 많이 우시더라.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하는 것 같았다. 진짜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빈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선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지혜롭고 선하면서도 강단이 있는 캐릭터로 표현되길 바랐다. 특히 세자가 죽고 나서 강빈의 결연함이 무너졌을 때의 그 감정신에 공을 많이 들였다. 옥에 갇힌 상태에서 인조(유해진 분)에게 가겠다는 원손을 보곤 ‘할바마마는 안 돼요. 할바마마는 안 됩니다’라고 하는 그 부분이 정말 안타깝고 슬픈 장면 가운데 하나다. 감독님이 강빈이라는 인물을 잘 살려주시기 위해 노력하셨다는 게 느껴진다.”
-올 한 해를 돌아본다면. “너무 행복하다. 사실 올해는 정말정말 바쁘게 일을 했던 것 같다. 사실 올해 목표가 바쁘게 일하기였다. 전에 공백도 길었고 그러다 보니 올해는 정말 바쁘게 일하자 했는데, 감사하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도 개봉했고 ‘올빼미’도 개봉을 했다. 중간중간 드라마 촬영도 하고 해서 되게 바빴다. ‘올빼미’를 홍보하며 보내는 연말도 너무 행복하다. 최근에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로 ‘58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뉴웨이브상 여우 부문 수상도 했다. 행복한 한 해였다. 행복하다는 표현을 실은 잘 쓰지 않는데, 그만큼 뿌듯한 한 해였다.”
-2022년을 열심히 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열심히 산 나 자신 칭찬해’라고 말하고 싶다.” -새로운 소속사도 만난 것으로 안다. “다사다난했다. 사실 이전 회사와 계약이 끝나서 ‘올빼미’ 촬영 중반부터는 혼자 다녔다. 드라마 촬영도 혼자 다녔다. 그런 경험도 해보고 참 재미있었다. 사실 그동안 찍어놓은 작품이 많다. 내년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열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윤서에게 ‘올빼미’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은지. “일단 나는 ‘올빼미’라는 작품에 애정이 높다. 내 자부심이 된 것 같다. 감독님께도 ‘이 작품이 제 자부심이 된 것 같아요. 감사해요’라고 말씀을 드렸다. 내가 올해로 데뷔한 지 10년이 됐다. 지금까지 대표작이 뭐냐고 하면 딱히 대답할 만한 작품이 없었다. 이제부터는 ‘올빼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올빼미’를 통해 좋은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했고, 그 부분 역시 내 자부심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