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오피스텔 등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김모 씨보다 세입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준 집주인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씨와 관련한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 사고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71건이다. 사고 금액으로만 보면 334억원으로 악성 임대인 '블랙리스트' 8위 수준이었다.
HUG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사람을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로 올려 관리한다. 일종의 악성 임대인 명단을 만드는 것이다.
김 씨의 경우 그가 세운 법인 보유 주택에서 91건, 김 씨 명의 주택에서 80건 보증 사고가 났다. 전세 기간이 만료됐는데 집주인 김씨가 보증금을 내주지 못해 HUG가 대위변제(보증기관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회수하는 것)에 들어간 게 171건이라는 뜻이다.
이 중 133건, 254억원에 대해선 HUG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줬다. 다만 38건은 대위변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사망해 절차가 중단됐다. HUG 보증보험에 가입된 나머지 김 씨 관련 세입자 440명은 아직 전세 기간이 만료되지 않았지만 보증 사고가 '예고'된 상태다.
HUG의 악성 임대인 명단에서 가장 많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람은 박모 씨로 293건 계약에서 646억원을 떼어먹었다. 2위는 정모 씨로 254건 계약에서 세입자들에게 보증금 600억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어 3위 이모 씨는 581억원(286건), 4위 김모 씨는 533억원(228건), 5위 김모 씨는 440억원(182건), 6위 권모 씨 415억원(195건), 7위 진모 씨 387억원(207건) 등으로 나타났다. 빌라왕 김 씨는 악성 임대인 중 사고 금액으로만 따졌을 때 8위였다.
상위 30위 악성 임대인들이 낸 보증 사고 건수는 3630건, 금액은 7584억원 규모였다. 이 중 6842억원을 HUG가 대신 갚아줬다.
이들 악성 임대인이 보유한 주택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으로, 여기에 보증 사고 736건이 집중됐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157건), 인천 부평구 부평동(189건), 전남 광역시(131건)에서도 100건 이상의 악성 임대인 관련 보증사고가 터졌다.
악성 임대인 보유 주택 중 전세금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주택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