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경기도 평택시 동삭로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1라인. 밖은 영하 8도에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간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공장 안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에 맞춰 중년의 숙련공들이 차분하게 신차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날 일간스포츠가 만난 임광호(48) 쌍용차 기술 선임도 그중 하나다.
1975년생 토끼띠인 임 선임은 2004년 쌍용차에 입사한 올해 19년 차 베테랑이다. 그간 '체어맨'과 '카이런' '렉스턴' 같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차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회사가 뜨고 가라앉기를 반복했지만, 임 선임은 묵묵히 삶의 터전을 지켜왔다. 현재는 조립 1팀에서 '티볼리&에어'와 '코란도' '토레스'를 생산하고 있다. 주간 2교대 연속 근무는 물론 잔업과 주말 특근을 자처하며,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을 한 몸으로 결합하는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임 선임은 2022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은 물론 새해 첫 영업일인 1월 2일에도 여느 때와 같이 근무를 한다. 임 선임은 "내가 현재 입고 있는 작업복은 귀한 옷이다. 가족의 생계이자, 미래의 희망이다. 최근 몇 년간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작업복을 많이 입지 못해 힘들었다. 가족에게도 미안했다"며 "새해 첫 영업일에 일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경영이 차질을 빚고 차량 판매 실적도 저조해지면서 2021년 7월 2교대 근무를 중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신차 토레스가 사전 계약 하루 만에 쌍용차 최다 기록인 1만2000대 예약 판매 실적을 올리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간 연속 2교대 근무를 재개했다. 주간 잔업과 주말 특근도 실시 중이다.
그는 무엇보다 토레스가 잘 팔려 신바람이 난다고 했다. 임 선임은 "토레스는 기업회생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선보인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신차였다"며 "다행히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다시금 현장에는 활기가 돌고 있다. (토레스) 생산 라인을 볼 때마다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분이 든다. 특근과 잔업이 이어지며 급여도 늘었다"고 했다.
토레스에 힘입어 쌍용차도 2020년 12월(1만591대) 이후 1년 7개월 만인 지난해 7월에 월간 판매량 1만752대로 1만대 선을 다시 넘기는 데 성공했다. 이후 5개월 연속 1만대를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월 판매량 1만대를 쌍용차가 정상화되기 위해선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고지로 여겨 왔다. 쌍용차는 내년에도 이 기세를 이어가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임 선임의 올해 소망도 쌍용차가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는 "쌍용차는 내 청춘을 함께하며 소중한 가족을 지킬 수 있었던 감사한 회사"라며 "새해에는 경영실적이 개선돼 꼭 흑자를 달성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최근 쌍용차를 인수한 KG그룹에 거는 기대도 크다. 그는 마지막으로 "철강·IT·금융·화학 등 많은 인프라와 잠재적 능력이 있는 KG그룹으로 인수에 많은 조합원 및 직원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했고, 심적으로는 앞으로 지속 성장에 대한 안정감이 생겼다"며 "KG그룹이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도 빠르게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 계묘년이 밝았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만큼이나 숱한 난제가 도사리고 있는 2023년이지만 영특한 토끼의 지혜로 헤쳐 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새해 벽두를 열고 여는 사람들이 있다. 새해 첫날 00시에 사람들의 신년 인사로 폭주하는 통신망을 지킨 이동통신사 직원과 새해 첫 끼를 준비하는 소비자를 위해 물류센터에서 ‘열일한’ 이커머스 직원, 대한민국 중추 산업인 자동차 공장의 첫 근무에 나서는 기술 장인 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 소박한 소망이 하나둘 모여 2023년 대한민국호가 성공의 길로 나아가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