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회 구성원들의 책임 있는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는 기꺼이 한 아이의 성장을 위해 돌봄 노동에 나선 교사 분홍이, 오솔길, 논두렁, 자두, 언덕 5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도토리마을방과후’는 지역 공동육아를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으로 60여 명 아이들의 방과 후 돌봄을 책임진다.
이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영어나 수학을 가르치지 않지만, 친구와 싸웠을 때 화해하는 법을 가르친다. 공사장을 지나는 위험한 길에서는 어떻게 안전하게 건널지 조언한다. 처음 두발 자전거에 오른 여덟 살 아이에게 요령 있게 중심을 잡는 방법을 알려준다. 일상에서 아이의 삶이 그 자체로 빛날 수 있도록 질문하고 고민한다.
하지만 이름도, 빛도 없다. 돌봄 노동의 또 다른 말은 ‘그림자 노동’이다. 마을의 방과후 교사로 10년을 일해도 단 1년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오래전 우리 어머니들의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이 ‘경력 단절’이라는 네 글자로 압축되는 것과 같다.
돌봄 노동의 한가운데 있는 마을 방과후 교사들도 고민과 걱정을 안고 산다. 아이들과 활동이 끝나고 퇴근하는 교사는 스스로 한마디를 던진다. “나 오늘 뭐 했지?”
다큐멘터리는 아이들의 천진한 방과 후 활동과, 교사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병렬로 배치해 관객들에게 ‘돌봄 노동’을 알린다. 성미산 자락을 오르내리며 꽃을 꺾고 아이들과 즐거워하다가 아이들이 돌아가면 교사회를 열고 부족한 조합 재정 문제를 고민한다. 이 그림자 교사들의 보수는 최저임금 경계를 넘나든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위대한 일인데 이들은 왜 이리도 초라해야 하는가.
코로나19는 방과후 돌봄 교사들에게 더 큰 고민을 안긴다. 아이들의 놀이 일상을 지켜주기 위해 오히려 운영 시간을 늘리고, 어떻게든 ‘더 놀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낸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다니는 것조차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 벌어지자 집에서 놀 수 있는 놀이 꾸러미를 개발하는 식이다.
그렇게 또 시간이 간다. 학교에 가보지 않은 1학년이 도토리마을방과후로 들어오고, 지난 6년 신나게 놀았던 6학년은 중학생이 된다. 마을 방과후 교사의 어딘지 씁쓸한 결말도 함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