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의 이 같은 예고는 정확했다. ‘국내 최초 쌍천만 감독’이라는 수식어에 안주하지 않고 내놓은 뮤지컬 영화 ‘영웅’이 실관람객들의 호평 속에 200만 관객을 돌파, 300만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여태까지 작품들 가운데 에너지를 가장 많이 썼고 스트레스도 가장 컸다”고 털어놨을 정도로 ‘영웅’은 윤 감독에게도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두사부일체’(2001)부터 ‘색즉시공’(2002), ‘1번가의 기적’(2007)을 비롯해 1000만 관객 돌파를 이뤄낸 ‘해운대’(2009)와 ‘국제시장’(2014)까지. 굵직한 작품들로 한국 영화계에 또렷한 발자국을 남긴 윤제균 감독의 여정과 노하우가 ‘영웅’에 집약돼 있다.
한국은 뮤지컬 영화 불모지에 가깝다. ‘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감독상, 음악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음악상 등을 휩쓸며 세계적으로 호평 받은 ‘라라랜드’(2016)조차 국내에서 기록한 최종 누적 관객 수는 376만 명. 지난해 개봉해 관객들로부터 높은 공감대를 끌어냈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역시 117만여 명이라는 최종 스코어에 만족해야 했다.
여기에 ‘영웅’은 이미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한 뮤지컬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팬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한편 뮤지컬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관객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아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뮤지컬 ‘영웅’에서 10년 넘게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정성화를 과감하게 영화에 같은 역으로 캐스팅한 것이나 공연과 같은 현장감을 선사하기 위해 70% 이상을 현장음으로 사용한 점 등에서 윤 감독의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뮤지컬이었을까. 윤제균 감독은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2012년 정성화가 출연한 ‘영웅’ 공연을 본 뒤 영화화를 하기로 결심했고, 그랬기에 영화 역시 뮤지컬 영화가 돼야한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영웅’은 2009년 초연된 국내 오리지널 뮤지컬이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굳건히 뮤지컬 시장에서 자리를 지켜온 만큼 마니아층도 탄탄하다. 윤제균 감독은 “공연을 본 사람들이 영화를 봤을 때 실망하지 않을 만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고, “전 세계 시장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라이브를 고집했다. 윤 감독에 따르면 그러한 결정을 한 순간부터 “모든 고통이 시작”됐지만 결과는 찬란했다. 10대 9.03, 20대 8.17, 30대 8.23, 40대 8.28, 50대 8.67에 달할 정도로 영화가 모든 연령층에서 두루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남녀 평점도 각각 8.06, 8.72으로 8점대를 상회한다.
윤제균 감독은 “‘영웅’도 관객의 기대치가 100이라면 200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말했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보고 박한 평가를 하는 관객은 없는 ‘영웅’은 윤제균 감독이 또 한번 200을 보여줬음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