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중고 플랫폼 중고나라가 '유통 공룡' 롯데를 등에 업고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C2C(개인 간 거래) 커머스를 넘어 하이퍼 로컬서비스로 도약하는 당근마켓에 맞서 3위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오프라인 채널로 확보했다.
중고나라는 이달 말 세븐일레븐에서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편의점 픽업' 서비스를 론칭한다고 9일 밝혔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안전결제를 선택한 뒤 직거래나 편의점 픽업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대면보다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편의점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하자가 있을 때는 환불 절차도 뒷받침한다"며 "편의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택배와 함께 두거나 별도의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고나라와 세븐일레븐 모두 롯데와 연결고리가 있다. '롯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이유다.
중고나라는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시작한 국내 대표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롯데쇼핑이 약 2년 전 유진자산운용 등과 300억원을 투자해 지분 93.9%를 확보했다. 합리적 소비 추구 트렌드에 주류로 부상한 중고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롯데 계열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점포 수가 1만1173개로 점유율 21.9%를 기록하며 CU(31.1%), GS25(30.3%)와 함께 3대 편의점 브랜드로 꼽힌다.
중고나라 구매자는 사전에 약속을 정해 판매자가 가까운 세븐일레븐 점포에 물건을 맡겨 놓으면 원하는 시간에 방문해 가져갈 수 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사기 등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으며 개인정보 노출의 부담이 없다. 세븐일레븐은 중고나라 이용 고객의 점포 방문을 유도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중고나라와 세븐일레븐은 중고 거래 독점 계약을 맺었다. 구체적인 기간 등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향후 다른 편의점과의 협업도 검토할 예정이다.
중고나라의 편의점 픽업 서비스는 이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세븐일레븐 주요 231개 점포를 대상으로 2주간 시범 운영한다. 이달 말에는 전국 세븐일레븐 점포 약 6000곳에 정식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중고나라 전체 거래의 70%는 택배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면의 불편함을 해소한 편의점 픽업으로 새로운 직거래 방식을 제안해 이용자 수를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중고 거래 시장은 지역 밀착형 서비스를 표방하는 당근마켓이 주도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당근마켓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600만명을 돌파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번개장터가 230만명, 중고나라가 83만명으로 힘겹게 추격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중고나라가 편의점 픽업 서비스를 발표한 날 번개장터도 GS네트웍스와 제휴해 'GS25 반값 택배' 서비스를 정식 오픈했다. 일반 택배비의 절반 수준으로 전국 GS25 편의점에서 택배로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편의점 픽업과 택배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 중고나라의 설명이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자사 편의점 픽업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택배사를 이용하는 대신 고객이 직접 물건을 맡기고 찾아가는 전에 없던 서비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