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지난 9일(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미쓰비시컵 준결승 2차전에서 신태용(53)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를 2-0으로 제압했다. 베트남은 1·2차전 합산 스코어 2-0으로 결승에 선착했다.
앞선 1차전에서 승부를 내지 못한 베트남은 안방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응우옌 띠엔 린의 골로 리드를 쥔 베트남은 위협적인 장면을 거듭 만들었다. 후반 2분에는 띠엔 린의 헤더 득점으로 2점 차 쾌승을 거뒀다.
베트남 매체 뚜오이째에 따르면, 경기 후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은 AFF컵에서 인도네시아에 26년 동안 승리가 없었다.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징크스를 깨야 했다. 팀의 노력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선수단이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이번 대결은 한국인 수장간 지략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박항서 감독과 신태용 감독은 준결승 1차전에서 악수를 하지 않아 더욱 화제가 됐다. 인터뷰에서도 서로를 저격하는 등 신경전이 오갔다. 신 감독은 1차전 이후 SNS(소셜미디어)에 주심과 베트남 선수의 페어플레이를 요구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은 “나와 신태용 감독 모두 경기에 집중했다”며 “나는 SNS를 하지 않아 (신 감독의 SNS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 도발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결승을 눈앞에 두고 아쉽게 미끄러진 신태용 감독은 “내 생각에 베트남이 좋은 경기를 펼쳤다. 계속해서 무실점을 유지한 걸 축하한다”며 박수를 보냈다.
이제 박항서 감독의 시선은 결승전으로 향한다. 2017년 10월 베트남 사령탑이 된 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박 감독과 베트남축구협회(VFF)는 지난 10월 계약 만료 시점인 2023년 1월 31일 이후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유종의 미’를 꿈꾼다. 베트남은 2008년 이 대회 첫 정상에 오른 뒤, 10년 후인 2018년에 박항서 감독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 역사상 세 번째 우승을 안기며 아름다운 퇴장을 기대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 5년 동안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 나는 평범한 감독이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회고하며 “우승을 위해 선수들과 함께 베트남의 정신으로 경기에 임하고, 축구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베트남 영웅’으로 추앙받는 박항서 감독은 재임 기간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행, 10년 만의 스즈키컵(현 미쓰비시컵) 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진출 등 눈부신 자취를 남겼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수준 높은 팀으로 변모했다. 이번 대회에서 성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베트남은 미쓰비시컵 조별리그 4경기를 포함해 총 6경기 무패(4승 2무)를 질주 중이다. 결승 무대 전까지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