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현은 지난 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대구 한국가스공사전에서 3점슛 5개를 포함해 20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성현의 활약에 힘입은 캐롯은 87-76으로 승리, 전반기를 3연승으로 마무리했다.
이날의 전성현의 활약은 크게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올 시즌 보여준 모습을 이어갔을 뿐이다. 그는 올 시즌 평균 20.3점과 3점슛 성공률 43.4%를 기록하고 있다. 득점은 리그 전체 2위·국내 선수 중 1위다.전상현은 올 시즌 3점슛 128개를 꽂았다. 2위인 오마리 스펠맨(안양 KGC)은 그의 3분의 2 수준(86개)에 그치고 있다. 1라운드와 3라운드 모두 라운드 MVP(최우수선수상)를 탔고, 전반기를 마친 시점에서 독보적인 시즌 MVP 후보로 꼽힌다. 프로농구에서 국내 선수가 평균 20점 이상을 기록한 건 2009~10시즌(21.9점)과 2010~11시즌(22점) 혼혈귀화선수였던 문태영(당시 창원 LG)이 마지막이다.
이날은 대기록도 하나 추가했다. 전성현은 이날 전반에만 3점슛 3개를 추가, 한국프로농구 최초로 16경기 연속 3점슛 3개 이상 기록을 달성했다. 종전 기록은 조성원 전 LG 감독이 LG 시절 작성했던 15경기다. 당시 조 전 감독은 2000~01시즌 14경기 연속으로 기록했고, 이어 2001~02시즌 첫 경기까지 3개를 꽂아 넣었다.
'3점 머신' 전성현의 페이스는 문자 그대로 역대급이다. 그가 기록 중인 경기당 4.1개의 3점슛은 2점슛 개수(2.5개)를 한창 뛰어넘고 있다. 후배 이정현과 함께 3점슛 라인 뒤에서도 쏘는 '딥 스리'를 꽂으니 상대 수비가 쉽게 대처하지 못한다. 전성현을 막으려 수비가 몰리는 '그래비티 효과'도 생기고 있다. 캐롯의 팀 3점슛도 평균 12.2개로 2위(한국가스공사 8.7개)를 크게 넘어섰다.
김승기 캐롯 감독은 "말도 안 되는 농구를 하고 있다. 지금 성현이가 하는 농구는 이슈가 된다. (농구 흥행을 위해) 그걸 더 키워야 한다. 슛이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이기든 지든 이슈다. 팬분들도 3점슛이 들어갈 때마다 기뻐하신다. 그 모습을 보면 나 역시 행복하다"고 치켜세웠다.
이제 전성현의 파괴력은 대비가 불가능한 수준이 됐다. 이날 상대 팀이었던 유도훈 한국가스공사 감독은 "전성현이 경기마다 득점을 20~30점씩 넣는다. 공을 잡으면 어차피 3점슛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공을 잡지 않을 때 협력 수비로 흐름을 끊어야 한다. 전성현은 지금 어느 상황이든, 어떻게 수비하든 어느 정도 득점을 만든다"고 했다.
전성현은 '3점 머신'이 된 공을 주변 사람들에게 돌렸다. 전성현은 "농구를 시작하고 나서 슛에 대해서는 크게 뭐라고 하신 스승님들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자유롭게 슛을 쏠 수 있는 것 같다. 운이 좋았다”고 감사를 전했다.
선수층이 얇은 캐롯은 전성현·이정현·디드릭 로슨 중심으로 시즌을 운용한다. 상대적으로 다른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짧다. 이정현과 전성현(각각 출전 시간 1·2위)이 1000분 이상 출전한 반면 다른 선수들은 모두 600분 미만을 뛰고 있다.
대신 다른 선수들은 스크린을 걸어주는 등 전성현 중심 득점 전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성현은 "나나 이정현이 (수훈 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실에 있지만, 식스맨들이 너무 잘해줘서 얻은 승리”라며 “많이 뛰지 못해 힘들었을 텐데, 코트에 투입될 때마다 잘해줬다.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전성현은 "(새 팀에서도 잘할) 자신이 있어 이적했다"며 "FA(자유계약선수) 때 제시받은 금액은 다른 팀도 비슷했다. 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깨부수고 싶었다. 캐롯에 온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강팀인 안양 KGC에 있어 강한 게 아니라, 그가 강팀은 만들었다는 뜻이다. 전성현은 올 시즌에도 그걸 증명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