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극장에서 ‘문맨’을 상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단 기쁜 일이죠. 원작이 한국 작품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만든 중국 영화를 한국 관객들께선 어떻게 봐주실까 궁금해요. 기쁘면서도 점수가 몇 점 나올까 긴장되기도 하고. (웃음)”
조석 작가의 원작 웹툰 ‘문유’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제작된 영화 ‘문맨’이 11일 개봉, 한국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문맨’ 프로모션차 한국을 찾은 감독 장츠위를 최근 일간스포츠가 만났다.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앞두고 장츠위 감독은 “시험 보는 기분”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문맨’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약 1년 3개월 동안 네이버웹툰에 연재됐던 웹툰 ‘문유’가 원작이다. 68화로 이뤄진 이 작품은 완결된 지 5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평점 9.6을 기록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달에 홀로 낙오된 주인공 문유가 지구 멸망 후 우주에 남은 마지막 인류가 되면서 인간으로서 마주하는 생의 의미와 일상의 고민들을 다뤘다. 우주를 넘나드는 스케일과 특유의 시크한 개그가 특징이다.
“‘문유’는 소재 자체가 워낙 독특한 작품이었어요. 지금까지 저는 SF와 코미디가 결합된 장르의 작품을 거의 보지 못 했거든요. 영화, 드라마도 마찬가지고요. 그 부분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거죠.”
이 영화는 지난해 중국에서 개봉돼 7000만 관객을 사로잡으며 2022 중국 박스오피스 2위에 랭크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좌석의 70~80%만 오픈이 되는 상황에서 이룬 쾌거였다. 장츠위 감독은 “한국에서 진짜 대박났다고 하는 스코어가 있지 않나”라며 “중국에서 7000만 역시 그 정도라고 생각나면 된다. 대박”이라며 웃었다.
장츠위 감독은 2017년 ‘수수적철권’을 통해 코미디 장르에 대한 자신만의 탁월한 감각을 드러내며 주목받았다. ‘문맨’은 그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신선한 연출력과 코미디에 대한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 중국 관객들도 SF와 코미디가 결합이 됐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느낀 것 같아요. 재미와 감동이 함께 있다는 게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거죠. 사실 우리 모두 하늘을 바라보며 살잖아요. 달은 우리가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우주이기 때문에 달을 보면서 ‘가고 싶다’는 이야기도 하고요. 그런 바람이 ‘문맨’에 어느 정도 투영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문맨’이 한국 관객들에게도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문맨’과 원작 ‘문유’ 모두 주인공이 지구를 위해 자기희생적인 결단을 내린다는 점에선 일맥상통한다. 다만 ‘문맨’의 경우 영화적 문법에 맞게 결말이 보다 액티브하게 지어졌다. 장츠위 감독은 “독고월(선텅 분)이 지구를 구하고 희생한다는 점에서는 원작과 상통한다. 표현하는 방식에 차이를 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에서는 관객들이 보고 듣는 효과를 누려야 한다”며 “관객들의 피가 같이 뜨거워질 수 있도록 독고월이 조금 더 나가서 액션을 취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주인공 독고월과 마람성(마리 분)의 로맨스 역시 영화를 이루는 중심 축이다. 독고월과 마람성 역을 맡은 배우 선텅과 마리는 중국에서 ‘공식 커플’로 불릴만큼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는 배우들이다. 실제 커플은 아니지만, 많은 팬들이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할 정도로 호흡이 좋다.
장츠위 감독은 “선텅과 마리는 중국에서 거의 ‘국민 커플’인 만큼 독고월과 마람성의 애정선이 잘 살 거라고 생각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출연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두 배우 모두 중국에서 톱의 위치에 있고, 최근 몇 년 간 출연 작품이 거의 없을 만큼 작품이 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배우가 ‘문맨’을 선택했다. 장츠위 감독은 “자신들이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가 영화에 있다고 판단해준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볼거리는 배우들의 연기나 스토리만이 아니다. 웹툰이라는 원작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과감한 편집 기법과 축구장 6개 크기에 달하는 방대한 크기의 세트까지. ‘문맨’은 거대자본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블록버스터로 극장에서 관람하는 영화의 묘미를 극대화한다. 장츠위 감독은 CG로 표현할 수 있는 배경을 굳이 실제 세트로 구현한 것에 대해 “그렇게 해야 배우들이 연기를 수월하게 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초록 배경에서 우주복을 입고 날아다니는 것보다 최소한 바닥에는 실제적인 지형을 만들어 놓는 게 배우들이 연기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작이 웹툰이다 보니 관객들이 ‘문맨’을 봤을 때도 만화적인 요소를 느낄 수 있길 바랐어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색채를 밝게 했고, 편집 과정에서 원근감이 많이 느껴지지 않도록 후작업을 했죠. 앞에 있는 오브제와 뒤에 있는 오브제, 혹은 배경이 모두 선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신경을 썼어요.”
‘문맨’은 이미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국가에서 개봉했고, 호주, 미국, 캐나다 등에서도 극장 개봉을 이뤘다. 장츠위 감독은 “올해 가장 큰 소망은 ‘문맨’이 한국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라며 “나는 중국 사람이기 때문에 중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를 대충은 예상할 수 있는데 한국은 다르다. 중국인이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를 한국 관객들은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