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커머스(이하 라방)'가 진화하고 있다. 쇼호스트가 등장해 제품만 판매하던 형식에서 벗어나 토크쇼는 물론 연애상담, 콘서트, 드라마와 예능까지 어느 지상파 방송 못지않은 구성을 갖추는 분위기다. 투자비는 물론 품도 많이 들지만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라방을 통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자 각 플랫폼들도 콘텐츠와 형식에 공을 들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가 운영하는 취향 셀렉트숍 29CM는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둔 라이브 토크쇼 '이구라이브'로 MZ 소비자들을 끌고 있다.
지난해 9월 선보인 이구라이브는 패션과 문화·예술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이를 전달하는 주된 무기는 스토리텔링이다. 브랜드 MD나 다양한 전문가, 일반인이 등장해 다방면에 걸친 잡담 또는 만담을 듣다 보면 관련 지식은 물론 감칠맛 나는 재미까지 얻을 수 있다.
작년 10월 선보인 그래픽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회고전 '그러면, 거기'를 소개하는 컬처 라이브 방송이 대표적이다. 배우를 겸하고 있는 쇼호스트가 등장해 또래 20대 출연자들과 함께 전시 내용은 물론 주변 맛집과 즐길 거리 정보까지 대화 형식으로 풀었다.
반응이 뜨거웠다. 29CM에 따르면 이 라방의 구매 전환율(실제 구매로 연결된 비율)은 29%를 넘었다. 시청자 4명 중 1명이 전시 티켓을 구매한 셈이다. 29CM 측은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라방 평균 구매 전환율 5~8%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식의 이구라이브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플랫폼인 티몬은 예능형 라방으로 유명하다. 2021년 개그맨 정준하를 앞세운 오리지널 웹예능 '광고천재 씬드롬'을 시작으로 배우 김수미와 함께 자체 웹예능 '찐최종.pptx', 웹시트콤 '수미네집'을 선보이면서 보는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정신과 의사를 초청해 연애 상담을 하며 제품을 판매하는 라방도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라이브 방송 채널 '엘디에프 라이브(LDF LIVE)'에서 '술과 향기'를 주제로 연애 상담을 진행했다. 이 방송에는 시그니엘 서울의 김지유 수석 바텐더도 출연해 데이트할 때 좋은 칵테일 추천까지 했다. 그러면서 주제에 맞춰 몽클레르와 불리, 트루동 등 인기 향수 상품을 라이브 방송에서 최대 40% 할인된 가격에 선보였다. 연애가 잘 안 풀리는 젊은 층에 인기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는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가 2021년 2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2000억원으로 급성장했고, 내년에는10조원대로 확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라방이 MZ세대 사이에 소구력이 크자 비상이 걸린 곳은 종전 홈쇼핑 업계"라며 "현대홈쇼핑이 최근 모바일 라방 채널의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