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악성 임대인'들의 전세 보증보험 가입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임대인의 임차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은 2020년 8월부터 의무화됐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례가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지난달부터 관할 지역 주택 임대인의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대상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관리하는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들이다.
HUG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임대인의 명단을 만들어 관리하는데, '악성 임대인'들의 보증보험 가입 여부부터 확인에 나선 것이다.
법 개정으로 2020년 8월 모든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고, 기존 임대사업자에게는 1년 유예기간을 둬 2021년 8월부터 가입 의무가 지워졌다.
이에 대한 단속과 과태료 부과 주체는 지자체다. 당초 면제 대상이 아닌데도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형사 처벌 규정이 있었다. 그러나 보험 가입 요건이 엄격해 가입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임대사업자들이 모두 처벌을 받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반영해 지난해 1월부터 과태료 3000만원 이하의 처분으로 완화됐다.
문제는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빌라왕' 김씨 같은 전세사기꾼들은 세입자들에게 자신이 등록임대사업자이기 때문에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한다고 말만 해놓고 실제로는 가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씨 사건 피해자가 속출한 서울 강서구의 경우 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있는데도 김씨가 가입하지 않은 주택은 71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증보험 미가입으로 김씨가 강서구에서 받은 과태료는 1건도 없었다. 임대의무 기간 내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주택을 매각해 부과된 과태료가 7건 있었을 뿐이다.
김씨는 보증보험에 가입할 예정이라며 임대차계약을 신고했고, 구청은 추후 서류를 보완하라며 일단 신고를 받아줬다. 임대차계약 후 가입하는 보증보험은 보통 가입까지 1∼2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후 김씨가 보증보험 가입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확인이 이뤄지지 않아 과태료를 물지 않았고,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와 지자체가 뒤늦게 실태조사에 나섰다. 보증보험 미가입 과태료는 가입하지 않은 기간에 따라 3개월 이하는 보증금의 5%, 3개월 초과에서 6개월 이하는 보증금의 7%, 6개월 초과는 보증금의 10%를 부과한다.
김씨가 전세를 놓은 주택 보증금이 평균 1억5000만원이었다고 가정하면 서울 강서구에서만 10억여원의 과태료를 받을 수 있었다.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가입 자체는 크게 늘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증보험에 가입한 개인 임대사업자는 2019년 14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 1006명, 2021년 2만1724명, 지난해 4만2049명으로 늘었다.
2021년 8월 기존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까지 의무화되면서 가입 임대사업자 수가 1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보증 세대 수는 지난해 11만9219세대로 2020년 4627세대의 26배, 2021년 8만3033세대의 1.4배로 늘었다.
법인 임대사업자의 보증세대 수는 2020년 18만6151가구에서 지난해 22만8449가구로 43%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대사업자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임대사업자들이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2021년 8월 직전 집중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올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의무 가입 대상에 포함되는 세대도 많은 상황이다.
HUG는 지난해 10월 24일부터 임차인 알림톡 시스템을 만들어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보증보험 가입 사실을 알리고 있다. 세입자들은 임대인의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알림톡을 통해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