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자유계약선수) A등급 한현희(29)가 천신만고 끝에 새 둥지를 틀었다. 고향 부산으로 향한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17일 "한현희와 계약 기간 3+1년에 계약금 3억 원, 연봉 최대 37억 원 등 총액 4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연봉 보장 금액은 15억 원이다.
한현희는 이번 FA 시장의 유일한 A등급 투수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들어 당분간 전성기 기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선발 투수로만 활약했지만, 선발과 구원으로 모두 뛸 수 있다. 통산 성적은 416경기에 등판해 65승 43패 8세이브 105홀드를 기록했다. 당장 어느 팀에 합류하더라도 충분히 선발 투수로 뛸 수 있는 기량을 지녔다.
FA 시장이 개장할 때만 하더라도 그가 어느 구단 유니폼을 입을지 이목이 쏠렸다. 기량만 놓고 보면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돋보인다. 하지만 무관심 속에 해를 넘기도록 새 팀을 찾지 못했다. 소속 팀을 찾기까지 과정이 너무 힘겨웠고, 계약 조건도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샐러리캡(선수 지급 금액 상한액) 탓에 일부 구단은 과감한 투자가 어려웠다. 또한 한현희는 '워크에식(work ethic·성실함)'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뒤따랐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으로 시즌 아웃되기도 했다. 지난해 키움 히어로즈가 준플레이오프(PO)-PO를 거쳐 한국시리즈(KS) 무대까지 밟았지만, 키움 소속 한현희는 PO와 KS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구단은 상대 전적에서 한현희가 약하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마운드 보강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한현희를 빼는 선택을 내려 의구심을 자아냈다.
원 소속팀 키움은 애초부터 한현희의 잔류에 큰 관심이 없었다. 앞서 불펜 투수 원종현(4년 총 25억원), 퓨처스(2군)리그 FA 외야수 이형종(4년 총 20억 원)을 외부 영입한 뒤 사실상 시장에서 철수했다.
한현희에게 손을 내민 롯데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보장 연봉이 총연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현희가 최초 3시즌 동안 구단이 설정한 개인 성적을 달성할 경우 2026년에 옵트아웃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했다. 롯데 구단은 "계약 기간 내 높은 비중의 옵션 금액을 통해 선수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함과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활약할 선발 투수를 확보하는 합리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경남중-경남고 출신의 한현희는 이번 계약으로 고향 부산으로 향한다. 한현희는 "저를 믿어주시고 좋은 제안을 해준 롯데 구단에 감사하다. 고향인 부산에서 야구를 하게 돼 개인적으로 행복하다. 열정적인 롯데 팬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어 더욱 설렌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롯데는 "한현희가 가진 제구력과 무브먼트,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로서 모두 활약해온 자원이다. 지난 시즌 종료 후 9㎏을 감량했다. 또한 결혼 후 달라진 모습을 보여 기대가 크다. 또한 한현희의 합류로 투수진 뎁스가 강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현희는 "롯데에서 믿어주신 만큼 열심히 노력해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온 힘을 다하겠다"며 "지금까지 아낌없이 사랑해주신 키움 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한현희의 입단식은 19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유강남, 노진혁과 함께 열린다.
한편 FA 미계약자는 정찬헌(전 키움), 권희동·이명기(전 NC 다이노스), 강리호(개명 전 강윤구·전 롯데) 등 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