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36·SSG 랜더스)은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최종 명단에 들었다. 지난 25일 미국으로 출국한 그는 플로리다에서 소속팀 훈련을 소화하다가 2월 14일부터 애리조나에서 열리는 대표팀 전지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
WBC는 최정의 첫 태극마크 경험이었다. 그는 22세였던 지난 2009년 2회 WBC에서 첫 성인대표팀에 발탁됐다. 주역은 아니었으나 한국 대표팀의 준우승을 함께 맛볼 수 있었다.
최정을 비롯해 8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선수들은 한국 야구의 전성기를 이끈 '황금 세대'로 꼽힌다. 이들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한국 야구의 중흥을 이뤘다.
시간이 흘렀지만, '황금 세대'는 여전히 대표팀의 기둥이다. 2009년 당시 최정과 ‘젊은 피’로 꼽혔던 김현수(LG 트윈스)와 김광현(SSG)이 이번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WBC로 향한다. 이들 외에도 2010년대 프로야구를 이끌었던 양현종(KIA 타이거즈) 박병호(KT 위즈) 양의지(두산 베어스) 등 동년배들도 다시 대표팀에 올랐다.
30대 중후반에 접어든 이들은 이번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대표팀 출전이다. 25일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난 최정은 “(한국 대표팀이) 우승해서 시카고 불스처럼 ‘라스트 댄스’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라스트 댄스는 미국 ESPN과 OTT 넷플릭스가 방영한 농구 다큐멘터리다. 마이클 조던이 1997~98시즌 시카고 불스에서 동료들과 마지막 우승을 일구는 과정을 담았다.
최정은 “이번 대표팀 멤버가 좋아서 기대되고 욕심도 난다"며 "다른 나라들도 베스트 전력으로 나가더라. (준결승에 진출해서) 미국까지 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동료들과 함께여서 의미가 크다. 그는 “광현이와 한 팀에서 계속 뛰었는데 대표팀에서도 함께해 좋다"며 "병호, 현수도 있으니 텐션(긴장감)을 올려 후회 없이, 재밌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걸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앞서 베테랑들의 국제 대회 승선은 논란을 빚었다. 추신수(SSG)의 발언이 불을 지폈다. 추신수는 2008년부터 대부분의 대회에 출전했던 김현수를 거론했다. 그는 "김현수가 한국을 대표해서 나갈 실력이 되지만, 나라면 미래를 봤을 것 같다. 당장 성적보다 앞으로를 봤더라면 많은 선수들이 사실은 안 가는 게 맞고, 새로 뽑히는 선수들이 많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KBO리그에는 좌익수 WAR 국내 1위(4.66·스포츠투아이 기준) 김현수를 대체할 20대 선수가 아직 없다. 20대 좌익수 중 WAR 1위가 이창진(KIA·2.42)일 정도로 차이가 크다. 다른 베테랑 선수들도 실력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억울하게 밀린 후배 선수를 찾기 어렵다.
베테랑들이 30대 중반에도 정상급 기량을 보였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 대표팀 최연장자인 박병호는 2020~2021년 부진하다 지난해 35홈런(1위) 98타점을 기록,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또병호'가 아닌 '다시병호'인 셈이다. 그에게 태극마크는 훈장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