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론인 ‘콘텐츠’에는 아름다움, 슬픔, 공포까지 다 들어 있어요. 콘텐츠를 통해 내 생각과 감정이 잘 전달된다면 곧 대중의 소비로 이어지죠. 결국 콘텐츠 제작자에게 제일 중요한 건 ‘이심전심’입니다.”
김진우 알비더블유(이하 RBW) 대표는 최근 서울 광진구 자양동 RBW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RBW는 그룹 마마무를 기획해 데뷔시키고 매니지먼트를 해온 연예 기획사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콘텐츠 제작자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에 대한 답이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이 지속됐던 지난해, K팝 음반 수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반전을 이뤄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2년 음반 수출액은 2억3311만 달러(약 2881억 원)로, 1년 전보다 100억 원 넘게 늘었다. 그 배경엔 전 세계적으로 새 역사를 쓰고 있는 K팝 가수들의 인기가 있다. 이같은 변화에 발맞춰 더이상 기획사들도 매니지먼트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자체 콘텐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추세다. 김 대표는 “K팝 업계가 앞으로 얼마나 더 규모가 커질까”라는 질문에 “K콘텐츠로 더 확장될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K팝뿐만 아니라 영화, 예능, 아티스트까지 시장이 계속 넓어지고 있어요. 이미 K콘텐츠는 우리만의 문화가 아니고, 경쟁 상대는 전 세계 시장이라고 볼 수 있죠. 이건 누군가의 성과가 아니라 모두가 협력해 조금씩 역할을 맡은 거예요. 서로가 시너지를 만들어 내며 시장이 넓어졌죠. K콘텐츠는 아직 미래가 밝고 공격적으로 투자를 해야 할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RBW는 가수 기획과 매니지먼트를 하는 회사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7400곡 이상(2023년 1월 기준)의 음악 IP(지적 재산권)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콘텐츠 기업이자 엔터테인먼트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RBW는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하면서 글로벌 종합 콘텐츠 회사로 거듭날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 세계에 RBW가 만들어낼 콘텐츠 가치를 꾸준히 상승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음악만으로 얘기하기엔 범위가 커졌다”며 “우리 회사를 잘못 표현한 게 바로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라고 RBW의 정체성을 바로잡았다.
RBW는 최근 젝스키스, 핑클, 카라, SS501 등을 데뷔시켰던 DSP미디어와 오마이걸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 그리고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런닝맨’,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등을 제작한 콘텐츠 전문 제작사 얼반웍스를 차례로 인수하며 체급을 늘리고 있다. 이 외에도 RBW는 광고, 방송, 아티스트 OEM, 교육 콘텐츠 개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으며 최근 컴투스, 위지윅스튜디오, 우리넷 등 IT 기업들과의 투자유치를 통해 K팝 아티스트 음원과 공연 IP를 활용한 NFT(대체불가토큰) 관련 신규 비즈니스를 론칭했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바라보는 ‘기업 인수’의 기준은 무엇일까.
“DSP, WM, 얼반웍스는 명확한 원칙에 의해 인수했어요. ‘함께 일할 수 있는가’와 ‘시너지를 창출해낼 수 있는가’가 기준이죠. 그냥 규모를 늘리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계속 따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기획사엔 10개의 기능이 필요한데 WM에 6개 밖에 없다면 여기에 RBW에 있는 나머지 4개, 잘 세팅된 모듈을 이식합니다. 실질적으로 적자 회사를 다 흑자로 전환 시켰는데, 그게 우리가 갖고 있던 사업 시스템 모듈을 잘 이식해 얻은 좋은 시너지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흔히 기획사는 아티스트 활동에서부터 창출되는 앨범 판매, 음원·공연 수익, 광고 촬영, 굿즈 판매 등으로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김 대표는 향후 수익 구조에서 아티스트의 의존도를 조금씩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에서 아티스트를 키우는 이유는 전속 기간 동안 가장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RBW도 전속 아티스트를 많이 활용하겠지만, 저희는 생산자의 기능을 갖고 있어서 꼭 안에 있는 것만 활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 여러 다양한 아티스트와 IP, 스토리를 활용하면서 영역을 넓히는 중입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IP기반 콘텐츠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대행사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개인 사업 영역을 넓혀왔던 RBW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실무형 인력 양성을 위해 비즈니스 아카데미와 프로젝트 등을 진행해왔다. 또 최근엔 신인개발, A&R, 기획제작,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팬 매니지먼트, 인사 관리 및 경영지원까지 K팝 스타가 양성되는 6가지 과정의 직무별 특성을 담은 책 ‘엔터테인먼트사의 25가지 업무 비밀’도 출간했다.
“그동안 좋은 후배를 양성하는 일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데, 하나의 아티스트를 만들 수 있는 스태프 양성 교육을 진심으로 해왔어요. 책은 기회가 있어서 출간했지만 너무 힘들긴 했죠. 하지만 막상 책이 나오니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제가 후배를 양성하며 쌓은 여러 경험들이 좋은 영향을 끼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제작이 조화를 이루며 향후 K문화를 선도하게 될 RBW. 끝으로 김 대표는 RBW의 ‘경영철학’을 묻는 질문에 고심하며 여러 방향성이 담긴 대답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원칙을 지키는 것, 두 번째는 안정성을 기반으로 하되 과감한 투자를 통해 큰 업사이드를 볼 수 있게 하는 것, 세 번째는 콘텐츠에 진정성을 가지고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잘 해보는 것이에요. 지금도 규모가 많이 커졌지만 언젠가 꼭 ‘일류 콘텐츠 회사’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