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은퇴를 결정한 롯데 배성근. 내야수에서 투수로 전향을 결심하고, 2023년 연봉 협상까지 마친 롯데 자이언츠 배성근(28)이 은퇴한다.
배성근은 지난달 30일 구단 사무실을 찾아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같은 날 롯데는 2023년 연봉 협상 결과를 발표했는데, 2022년 4200만원을 받은 배성근은 이미 4.8% 삭감된 4000만원에 올해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 그만큼 은퇴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본지와 연락이 닿은 그는 "갑작스러운 은퇴 결정은 아니었다"며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미래에 대한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배성근은 내야 유망주였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전체 40순위에 롯데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2019년 후반기에는 구단에서 마련한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유망주 캠프에도 다녀오기도 했다. 2019년 1군(36경기)에 데뷔한 그의 위치는 늘 '백업 유격수'였다. 딕슨 마차도가 2021시즌 종료 후 떠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롯데는 이학주(트레이드)와 박승욱(방출)을 데려오며 경험을 수혈했다. 수비력은 괜찮았지만, 통산 140경기에서 타율 0.180에 그칠 만큼 타격이 약했다. 배성근은 "롯데 (주전) 유격수가 되고자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었다. 유격수 포지션에 대한 꿈과 자부심이 컸다. 내가 많이 부족해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2022년 종료 후 교육리그에서 투수 전향에 도전했다. 직구 최고 시속이 148㎞까지 나왔다. 하지만 도전은 거기까지였다. 배성근은 "벽에 부딪힌 느낌을 받았다. 야구를 그만두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투수 전향의 모험까지 걸어봤다. 투수로 뛰다 보니 내가 진정으로 원한 야구 선수의 삶은 유격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연봉 계약 후 은퇴를 결심한 건 "'1년을 더 뛸까, 아니면 은퇴할까'를 놓고 구단에 통보하기 전까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배성근은 새신랑이다. 지난달 14일 3년간의 교제 끝에 정연주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는 "아내가 처음에는 프로 선수로 더 뛰길 원했다. 하지만 확고한 내 마음을 확인하고선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지지해준다"라고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고민 끝에 관심을 갖고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분야가 생겼다. 야구와는 관련이 없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배성근의 은퇴가 더 주목받는 건 '아름다운 작별'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구단을 통해 롯데 2군(퓨처스리그) 선수단에 1000만원 상당의 기부를 약속했다. 2022년 그의 연봉(4200만원)의 약 4분의 1, 분명 쉽지 않은 결심이다. 배성근은 "9년 동안 부산에서 야구하도록 도와준 구단과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돌려드릴 방법을 고민했다"며 "나는 1군보다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었던 백업 선수였다. 2군 생활이 길어지면 형편상 배트와 장비를 마음껏 구입할 수 없다. 힘든 시간을 겪어야 하는 후배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아내도 흔쾌히 동의했다.
배성근은 마지막으로 "팬들의 응원 덕에 9년 동안 힘든 일을 견뎌내고, 동기부여도 얻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