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3시즌 프로농구 개막 직전 KBS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허재 고양 캐롯 대표의 쓴소리가 화제였다.
허 대표는 지난해 10월 방송된 영상에서 캐롯의 센터 이종현(29·2m3㎝)에게 직설적인 표현으로 올 시즌 선전을 독려했다. 허 대표는 “넌 5~6년 동안 실적이 없다”며 “서장훈만큼 잘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계속 부상이 있었다. KBL(프로농구)에서 보여준 게 하나도 없다.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이종현은 고려대 재학 시절 팀의 대학리그 3연패를 이끌었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금메달 획득에도 기여했다. 2016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1순위 선발권을 차지한 울산 현대모비스가 이종현을 뽑고 코칭스태프가 다함께 만세를 불렀다.
그러나 이종현은 프로에서 기대만큼의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데뷔 시즌 도중 불의의 부상으로 쓰러진 후 매 시즌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 감각을 잃어갔다. 훈련 태도가 성실하지 못하다는 약점이 매번 지적됐고, ‘게으른 천재’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이종현은 시즌이 진행 중인 올 시즌을 제외하고 지난 시즌까지 총 7시즌 동안 평균 22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2022~23시즌 이종현은 캐롯에서 24경기 평균 3.3점 2.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데뷔 시즌이던 2016~17시즌 현대모비스에서 평균 10.5점 8리바운드를 기록한 게 커리어 하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평균 기록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종현은 지난 1일 전주 KCC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KCC는 이종현을 받고 김진용, 박재현을 보내는 2대 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포스트 자원이 부족해 팀 리바운드 순위에서 7위에 머물고 있는 KCC는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센터 이종현을 영입했다.
KCC에는 이종현과 대학 시절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빅맨 이승현이 있다. 포스트에서 궂은 일을 도맡는 정창영, 가드진에 공격력 좋은 허웅 등 포지션별로 안정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이종현은 골 밑에서 확실하게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롤 플레이어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농구를 이끌어 갈 대형 센터 유망주에서 이제 롤 플레이어로 기대가 축소된 이종현은 그야말로 농구 인생의 마지막 기회를 잡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