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억 화소의 벽을 깨며 등장한 '갤럭시S20' 울트라는 스마트폰으로 달을 찍는 시대를 열었다. 달토끼를 훔쳐보는 황홀한 경험도 잠시, 3년 만에 역대급 카메라와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갤럭시S23'(이하 갤S23) 시리즈는 거리조차 가늠할 수 없는 은하수까지 담았다. 억지로 손을 뻗지 않아도 별로 수놓은 밤하늘을 간직할 수 있다.
2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플래그십 신제품 갤S23 시리즈의 '엑스퍼트 로' 앱은 평소 어렵게 느껴져 손이 잘 가지 않았지만 이번에 새로운 능력을 뽐냈다. DSLR이 익숙한 전문가는 물론, 특별한 사진을 남기고 싶은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이다.
처음으로 선보이는 '천체 촬영'은 사진 앱 상단 은하수 아이콘을 누르면 진입할 수 있다. 천체 가이드도 표시할 수 있다.
울트라는 물론 일반·플러스 모델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줌을 가깝게 당기는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똑같은 사진을 여러 장 찍은 뒤 합쳐 세밀하게 별빛만 골라내 하나의 선명한 사진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빛을 오래 노출하는 효과다.
촬영 시간은 최대 10분까지 선택할 수 있다. 여행이나 캠핑하러 갔을 때 어두운 곳에 삼각대만 설치하면 천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미국 LA에서 찍은 사진을 봤더니 눈으로 보기 힘든 성운·성단·은하까지 잡았다. 겨울철 별자리인 오리온자리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천체 촬영은 갤S23 시리즈만 지원한다. 전작인 '갤럭시S22' 시리즈에서 베타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었지만 확대 적용 계획은 아직 없다.
편집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어도비와 손잡고 제공하는 '라이트룸'을 실행해 색감을 바꾸자 차가웠던 사진 분위기가 아늑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이퍼랩스'로 별의 이동 흔적도 포착할 수 있다.
하이퍼랩스는 지나가는 사람이나 자동차의 움직임과 같은 장면을 실제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역동적인 영상으로 찍는 기능이다. 쥐불놀이하는 사람을 찍으면 불빛의 잔상이 남아 밝은 원으로 남는다.
하이퍼랩스는 프레임 속도 300배 옵션을 추가했다. 장시간 거치해서 찍는 특성을 반영했다.
하이퍼랩스는 굉장히 빨리 돌리는 영상의 개념이다. 별의 궤적은 원하는 만큼 찍을 수 있지만, 1시간 정도 촬영하면 약 12초 길이의 결과물이 나온다.
사진작가들이 예술사진을 연출할 때 쓰는 '다중 노출'도 인상적이다. 여러 장의 사진을 서로 겹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특정 패턴의 문양을 찍은 뒤 사람의 얼굴과 합성하면 자연스럽게 문신을 한 듯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필름카메라나 DSLR을 쓰는 전문가들에게 익숙한 경험인데 스마트폰에 녹였다.
이 밖에도 갤S23 울트라는 시리즈 처음으로 2억 화소 이미지센서를 달았다.
사진 촬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어댑티브 픽셀'이 강점이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더 많은 빛을 받을 수 있도록 2억개의 픽셀을 16개씩 묶어 1200만 화소로 전환한다. 밝은 환경에서는 2억 화소를 그대로 사용해 고해상도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손 떨림 보정(OIS) 각도는 2배 높였다. 손의 흔들림을 안정화하고 움직임 속에서도 피사체 본연의 모습을 깨끗하게 담을 수 있다.
8K 동영상은 더욱 커진 픽셀 사이즈와 초당 30프레임의 촬영을 지원해 선명하면서도 부드러운 촬영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