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편영화로 ‘칸영화제’ 무대까지 섰다. 배우 김시은에게 영화 ‘다음 소희’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다음 소희’ 개봉을 일주일여 앞둔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시은과 만났다. ‘제75회 칸영화제’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두 차례 ‘다음 소희’를 봤다는 그는 “솔직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기 어렵더라”며 웃었다.
“처음에 칸에서 봤을 때는 특히 더 그랬어요. 일단은 제가 어떻게 연기했는지가 보이더라고요. 사실 정주리 감독님께 ‘먼저 미리 보여주시면 안 되냐’고 물었는데 안 된다고 하셨어요. ‘칸영화제’에서 영화를 보니까 왜 감독님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 영화관에서 영화에 온전히 집중해서 보다 보니 감정선이 더 잘 느껴졌어요. ‘소희가 이때는 이랬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음 소희’는 콜센터에 현장실습을 나갔던 고등학생 소희가 겪은 사건과 절망, 그리고 소희의 사건을 따라가는 형사 유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김시은이 고등학생 소희를, 배두나가 형사 유진을 각각 연기했다.
특히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이 사건은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다뤄졌다. 김시은은 “‘그것이 알고싶다’를 봤느냐”는 질문에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은 맞지만 너무 자세하게 보면 연기를 할 때 정답이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되면 소희의 감정을 유연하게 연기하기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건과 관련한 자료는 화자로 된 기사만 봤어요.”
여고생 소희가 겪은 현실에서의 절망감은 기사를 넘어 소희를 연기한 김시은에게 전해졌고, 또한 그것을 본 관객들에게까지 전달됐다. 한국의 정서라 생각했던 콜센터에서의 고충에 ‘제75회 칸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은 큰 공감을 보냈다. 영화가 끝난 후 수분 동안 기립박수가 이어졌다는 게 그것을 방증한다.
“관객들이 엄청 크게 웃어주셨고, 또 엄청 크게 울어주셨어요. 그걸 보면서 정말 감사했어요. ‘다음 소희’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많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했던 건 저의 편협했던 생각이었더라고요. 한 명의 관객이 웃으면 주위에서 따라 웃어주는 것. 그게 영화관의 묘미 아닐까요. 그 생생한 에너지에 뭉클했고, 감사했어요. 생생하게 전달받은 에너지가 아직도 떠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