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자유계약선수(FA)부터 적용된 'FA 등급제'의 포인트 중 하나는 C 등급이었다. 'FA 등급제'는 연봉과 나이 등을 고려, A부터 C까지 FA 등급을 세분화한 뒤 보상안을 달리 적용하는 게 골자다. C 등급은 선수 보상 없이 영입을 원하는 선수의 전년 연봉 150%만 보상하면 된다. "C 등급의 이적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올겨울 프로야구 FA 시장에 나온 21명의 선수 중 C 등급은 9명이었다. 이 중 7명의 거취가 확정됐다. 오태곤(SSG 랜더스, 4년 최대 18억원)이나 이태양(한화 이글스, 4년 최대 25억원)처럼 C등급의 이점을 활용, 기대 이상의 계약을 따낸 선수도 있다. 나이가 '35세 이상'으로 C 등급이 된 원종현(키움 히어로즈, 4년 총액 25억원)이 NC 다이노스를 떠나 이적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선수 보상이 없다는 점이 작지 않게 작용했다. 선수 보상은 영입하는 선수와 성적 비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구단이 꺼린다.
하지만 C 등급의 이면도 존재한다. 현재 KBO리그는 C 등급 FA 중 강리호(전 롯데 자이언츠)와 이명기(NC)가 미계약 상태다. 두 선수 모두 원 소속 구단과 협상이 원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적 논의가 활발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막힌 활로를 뚫어낼 방법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FA A나 B 등급은 사인 앤드 트레이드(사트·계약 후 이적)로 국면을 전환하는 게 가능하지만, C 등급은 '사트'가 큰 의미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사트'는 대부분 보호선수 이외 선수를 내줄 때 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법이다. C 등급은 선수 보상이 없는데 '사트'가 무슨 소용 있는가. (미계약 상태로 FA 시장에 있는) C 등급의 이적은 보상금을 얼마나 줄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C 등급 FA는 나이가 많거나 구단의 주축 전력이 아닌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C 등급으로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선수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자칫 은퇴를 고민해야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작지 않은 잡음도 발생한다. 강리호는 현재 단년 계약을 하고 1년 뒤 보류권을 풀어달라고 롯데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KBO 규약에 따르면 4년 미만의 FA 계약을 하면 규정상 소속팀이 4년 동안 보류권을 갖는다. 이 기간 소속 구단의 허락 없이는 이적이 불가능하다. '1년 뒤 보류권을 풀어달라'는 의미는 1년 뒤 팀을 떠나겠다는 의미와 같기 때문에 이를 롯데에서 수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강리호는 이 부분을 해명하기 위해 소셜미디어(SNS)로 개인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구단과 선수의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올겨울 C 등급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FA 신청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선수들이 느꼈을 거 같다. 결국 FA 시장에서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