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앞두고 극장가에 봄꽃이 미리 피었다. 향을 맡은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판타지 로맨스부터 오래된 연인들로부터 폭풍 공감을 살 현실 이별담에, 무려 25년 만에 4K 3D로 리마스터링돼 돌아온 ‘타이타닉’까지, 각양각색 사랑 이야기가 스크린을 물들여가고 있다.
#사랑에 빠지는 향수에 멀티버스까지! 달콤한 ‘판타지 로맨스’
뿌리기만 하면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향수가 있다면 어떨까. 영화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는 향을 맡은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과 사랑에 빠지게 하는 향수를 손에 넣은 창수(윤시윤 분)가 향수의 힘을 빌려 그간 짝사랑하던 아라(설인아 분)와 사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내 마음도 확신해? 나도 너 사랑한다고?”라는 아라의 대사처럼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는 향수로 상징되는 아리송한 마음을 그린다. 소재는 판타지적이지만 사귀고 있으면서 어떨 때는 아리송하게 느껴지는 상대의 마음에 고민해본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법한 현실성을 가지고 있다.
개봉 10일 만에 20만 관객을 돌파한 ‘상견니’ 역시 봄을 앞둔 스크린을 달콤하게 물들이고 있는 로맨스 영화 가운데 하나다. 2019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방송돼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끈 동명의 대만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멀티버스라는 세계관을 사용했다.
‘상견니’는 2009년 리쯔웨이(허광한 분) 황위쉬안(가가연 분)이 우연히 만나 묘하게 가슴 설레는 기시감을 느끼면서 시작되는 사랑을 그렸다. 드라마와 연결되는 장면을 되짚어 보는 맛이 있어 ‘N차 관람’을 유도하며 흥행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열정’·‘타이타닉’ 어른을 위한 절절한 멜로
사랑의 맛이 어찌 달콤하기만 할까. 아니 에르노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단순한 열정’은 한 여자의 거부할 수 없는 육체적 욕망과 탐닉에 대한 이야기를 관능미 넘치면서도 밀도 높게 담아낸 영화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 ‘단순한 열정’에서 여성은 열병 같은 사랑에 빠져 괴로워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청소기도 돌리지 못 하고 헤어드라이어도 사용하지 못 하는 애절한 사랑. 여기에 애달파 보이기까지 한 뜨거운 베드신은 극장가를 찾는 어른 관객들에게 강렬한 감상을 안길 전망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로맨스 걸작 ‘타이타닉’의 4K 3D 리마스터링 버전도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와 같은 날 극장에 상륙한다. 마치 2023년에 찍은 것 같은 생생한 화질에 개봉 당시에는 없었던 3D 기술력까지 탑재, 실제 타이타닉호에 승선한 것 같은 몰입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타이타닉’은 세계 최고의 유람선 타이타닉호에서 피어난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과 로즈(케이트 윈슬렛 분)의 운명적인 사랑과 비극을 그린 작품. 개봉 당시 전 세계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던 바. 25주년을 기념해 고화질로 새롭게 탄생한 만큼 영화 팬들의 높은 호응이 기대된다.
황영미 영화평론가는 “‘단순한 열정’과 같은 작품은 인생에서 사랑이 가장 소중했던, 그런 열정적인 순간을 떠올려 보게 한다”며 “과연 사랑의 열병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보게 한다”고 말했다.
또 황 평론가는 봄에 유독 로맨스와 멜로 영화가 사랑받는 것에 대해 “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계절 아니냐. 그래서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인 삶에서 탈피해 새로운 희망과 열정을 회복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새로운 것을 꿈꾸고 희망이 시작되는 시기라 관객들이 더욱 멜로 영화를 찾는 게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