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외야수 손아섭(35·NC 다이노스)은 지난 4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30인)에서 탈락했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서 구단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아쉬움이 크다. 국가대표는 항상 가고 싶은 곳"이라며 "다시 성적을 끌어올려서 한 번 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싶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국가대표 단골 멤버였다. 2013년 WBC부터 2017년 WBC까지 4개 국제대회에 연이어 출전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에선 AG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태극마크에서 멀어졌다. 2019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이어 이번 WBC까지 3개 대회 연속 최종 엔트리에서 낙마했다. 그는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뽑히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022년에는 기대와 아쉬움이 공존했다. 2007년 데뷔부터 줄곧 롯데 자이언츠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한 손아섭은 2021년 12월 NC와 4년 최대 64억원(계약금 26억원, 총연봉 30억원, 인센티브 8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다. 새로운 도전을 원한 선수와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NC 구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이적 첫 시즌 타격 성적은 138경기 타율 0.277(548타수 152안타) 4홈런 48타점. KBO리그 역대 두 번째 '7년 연속 150안타' 금자탑을 세웠지만, 대부분의 기록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특히 장타율(0.493→0.397→0.367)이 3년 연속 하락했다. 손아섭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타격 메커니즘에 변화가 생기면서 수치가 함께 떨어진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부단히 움직였다. 시즌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강정호와 함께 훈련했다. 손아섭은 "지난 시즌 타격이 부진했기 때문에 원인을 분석하고 보완하기 위해 조금 일찍 미국으로 출발했다. 무너진 타격 메커니즘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 '강정호 아카데미'를 찾았고, 최근 2년 타격 영상을 토대로 피드백을 받았다"며 "2년간 타격 메커니즘의 변화가 생각보다 컸다. 원인을 찾고 수정하는 과정도 있었는데 시즌에 들어가야 (결과를) 알겠지만 일단 원인을 찾았다는 게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1월 구단 신년회에 불참한 뒤 2월 시작한 애리조나 구단 캠프에 곧바로 합류했다. 오프시즌 대부분의 개인 시간을 '훈련'으로 채웠다. 그는 "내가 와서 NC가 포스트시즌까지 갔다면 좋았을 텐데 타격 부진을 겪으면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다"며 "만족하는 부분이라면 큰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면서 전 경기에 가깝게 출전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NC는 지난 시즌 6위로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즌 뒤에는 주전 포수 양의지(두산 베어스)와 주축 내야수 노진혁(롯데 자이언츠)이 FA로 팀을 떠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오클랜드 어슬레틱스)까지 미국으로 돌아갔다. 공백을 채우기 위해 FA 시장에서 포수 박세혁을 영입했고, 외국인 선수도 이름값이 높은 현역 빅리거(제이슨 마틴·에릭 페디·테일러 와이드너)를 데려왔다. 하지만 전년 대비 전력이 약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손아섭은 이를 악물었다. 선수단 전체 투표 끝에 주장을 맡은 그는 "프로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팀 내 최고참의 위치에 있게 됐다.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며 "(박)석민이 형과 함께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많이 대화하고 있다. 캠프에 참가한 명단을 보면 확실히 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다. 야구장에서 젊은 선수들이 바른길로 갈 수 있게 솔선수범하면서 길을 잘 닦아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