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대박’을 터트렸던 정유사에 대한 ‘횡재세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에너지 대란 속에 초호황을 누린 정유사의 이익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시장 논리에 어긋난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횡재세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해 상반기에만 정유 4사가 12조원이 넘는 흑자를 내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한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논란도 잠잠해졌다가 최근 국내외 정유사들의 실적 발표가 잇따르며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난방비까지 폭등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가 됐다. 서민들이 '난방비 폭탄' 탓에 고생하는데 정유사들은 가만히 앉아 떼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횡재세를 걷어 취약계층을 위한 재원으로 삼자며 정부와 정유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난방비 폭등과 관련 횡재세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가정의 난방 연료별 비중은 액화천연가스(LNG)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주요 난방 연료인 LNG를 수입·판매하는 곳은 정유사들이 아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를 정제한 뒤 이를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며 수익을 올린다.
정유업계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연간 매출 42조4460억원, 영업이익 3조408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규모로, 전년보다 각각 54.6%, 59.2% 증가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 전이지만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률은 9.4%였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이 업종별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7∼2021년 정유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5%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반도체 업종의 영업이익률은 22.2%였다. 이어 통신기기(14.7%), 석유화학(9.2%), 철강(6.0%), 기계(5.9%) 등 순이었다.
근본적으로 횡재세가 조세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유사들은 코로나 사태가 터진 2020년 석유 수요 급감으로 연간 5조원에 달하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시 정유사에 대한 손실 보전 등 정부의 지원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