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한국 야구대표팀을 압도했던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더 막강한 모습으로 국제대회에 돌아왔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오는 3월 10일 일본 대표팀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일본 대표팀은 선발 로테이션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으나, 오타니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원투 펀치를 맡는 건 자명하다.
대회 우승을 노리는 일본의 목표는 1라운드 전승일 것이다. 유일한 변수가 한국전이다. '상등마'인 오타니는 순서대로라면 1차전(중국)에, 전승을 노린다면 승부처인 2차전(한국)에 낼 가능성이 크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오타니다. 그는 이미 지난 2015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을 상대로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2경기 13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노히트 노런에 가까운 충격을 한국 팬들에게 안겼다.
햇수로 7년이 흘렀다. 당시에도 괴물로 불리던 오타니는 이제 전혀 다른 수준의 투수가 됐다. 메이저리그(MLB) 선수라서,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2018년까지 힘으로 밀어붙이던 투구가 해가 갈수록 원숙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개인 첫 규정이닝과 2점대 평균자책점(2.33)을 기록하면서 MLB 톱클래스 투수가 됐다. 오타니는 지난해 9이닝당 볼넷(2.39개) 9이닝당 홈런(0.76개) 9이닝당 탈삼진(11.87개) 모두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단순히 MLB 성적이 높아진 게 아니다. 문자 그대로 '다른' 투수가 됐다. 2015년 오타니는 강속구가 중심인 '스리 피치' 투수였다. 최고 시속 160㎞ 강속구와 최고 시속 145㎞의 고속 포크볼·슬라이더를 구사했다. 일본프로야구(NPB) 기록 사이트 베이스볼데이터에 따르면 그해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뛰었던 오타니는 직구 비중이 56.61%에 달했고 포크볼(20.73%)과 슬라이더(17.67%)를 함께 구사했다.
포크볼을 구사하는 감각도 좋았다. 김인식 당시 대표팀 감독은 오타니와 프리미어12 개막전에서 완패(6이닝 노히트 무실점)한 후 "KBO리그에서 그만한 공을 보기 힘들었다. (포크볼을) 완전히 끼는 것과 걸치는 것 두 가지를 던지더라"고 했다. 큰 각도로 떨어지는 포크볼과 빠르고 각이 적은 스플리터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오타니는 달랐다. MLB의 현 트렌드에 맞춰 변화구 비중을 대폭 늘렸다. 직구 평균 스피드(시속 97.3마일·156.6㎞)가 여전한데도 투구 비중이 27.6%에 불과했다. 대신 슬라이더 비율을 39.1%까지 늘렸다. 포크볼(12%) 커터(컷패스트볼·9.1%) 커브(8.6%)까지 5개 구종을 모두 유의미한 비중으로 던졌다. 3.7%만 구사한 싱커조차 무브먼트가 뛰어나 미·일 매체들의 주목을 받았다.
오타니가 슬라이더를 늘린 건 '직구가 기본'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탐 버두치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기고문을 통해 지난 시즌 MLB 투수들이 던진 슬라이더의 전체 피안타율과 피장타율이 시속 97마일(157㎞) 이상 직구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소개했다. 모든 타자는 직구를 대비하고 타석에 들어서는 만큼, 제1 변화구의 비중이 직구와 비슷하거나 더 높다면 위력도 증대된다. 특히 오타니 같은 강속구 투수가 던진다면 더욱 그렇다.
오타니는 2015년 대회보다 'KBO리그에서 상대하기 힘든' 투수가 됐다. 1라운드 제한 투구 수가 65구에 불과하지만, 현재의 오타니라면 5이닝 이상도 기대할 수 있다. 2015년에는 한국의 대역전승으로 오타니가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현시점 그는 MVP 후보 '0순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