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유령’은 1933년 경성을 배경으로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작전을 그린 영화다.
‘유령’은 화려한 비주얼을 통해 관객들을 1933년 경성으로 안내한다. 먼저 당시 일본인들이 주로 드나들던 번화가이자 지금의 을지로인 황금정(黃金町) 거리에 있는 항일 조직 흑색단의 비밀 아지트 극장 황금관부터 용의자들이 감금되는 벼랑 끝에 위치한 장엄한 호텔 등 ‘유령’의 미술은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풍성하게 구현됐다. 또 첩보 액션과 추리극, 캐릭터 영화가 공존하는 복합 장르의 배경을 다양한 시각적 요소로 채워 관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안겨준다.
“관객들이 미학적으로 충족돼서 영화를 따라가게 만들고 싶었다. 또한 역사 속 슬프고 힘든 시대를 영화에서나마 찬란하게 승리하는 순간으로 묘사하고 싶었다”는 이해영 감독의 바람에 따라 ‘유령’의 김보묵 미술감독은 억압적인 시대의 이중적인 풍경이 공존하는 공간과 소품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유령’ 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약동했던 극 중 인물들의 성격을 더 돋보이게 하는 선택으로 의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제작진은 컬러 팔레트를 놓고 각 인물의 성격에 맞는 메인 컬러를 고르고 각 캐릭터들의 관계는 보색으로 보여줬다. 또 미술팀과 협업으로 공간과의 배색까지 고려했다.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각 캐릭터의 성격과 이들 간의 관계를 색으로 유추해 보는 것도 영화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유령’을 위해 1000벌 이상의 의상을 제작했다고 밝힌 함현주 의상 실장은 “기록사진에 없는 컬러들을 쓰며 공존할 수 없는 육식동물 같은 캐릭터들의 성격을 표현할 수 있어서 재미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