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안방이 다시 든든하게 바뀔 수 있을까.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김정민 배터리코치를 새로 영입했다. 김 코치는 지난 1993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해 2009년까지 오롯이 LG에서만 선수 생활을 보냈던 인물이다. 은퇴 후 역시 LG에서만 배터리 코치를 맡아왔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정들었던 잠실을 떠나 대전으로 향했다. 선수 데뷔 때부터 따지면 무려 30여년 만의 이적인 셈이다.
김정민 코치는 "LG에서만 30년 가까이 있었다. 그 곳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면서도 "LG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한 곳에 오랜 시간 있다보니 점점 내가 해 온 것이 맞는 것인지 하는 의구심이 생기더라"고 돌아봤다. 그는 "다른 곳에서도 내가 해 온 것이 접목될까, 더 배울 것은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한화로부터 제안이 왔다. 나에게도 큰 전환점이 될 것 같아 이글스행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화에서 김 코치의 미션은 포수진 강화다. 한화는 주전 포수 최재훈의 입지가 단단하다. 지난 시즌 부진했지만, 2017년 한화로 트레이드된 후 줄곧 주전 자리를 지켜왔다. 선구안, 블로킹, 투수 리드, 도루 저지 등 공수에서 안정감을 보이며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2021년 겨울 5년 54억원의 대박 계약을 따냈다.
문제는 최재훈의 백업이다. 한화는 지난해 박상언 등이 백업 포수를 봤으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들의 기량이 올라와야 최재훈의 출전 시간도 관리할 수 있고, 향후 세대 교체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김 코치는 강훈련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김 코치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지만, 훈련에 참여 중인 최재훈과 박상언, 허관회, 이성원은 수비 훈련을 마칠 때마다 녹초가 돼 그라운드에 누울 정도다.
김정민 코치는 "포수는 한번의 실수가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되는 정말 중요한 포지션이다. 그래서 훈련의 강도가 높고, 양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고된 훈련을 이겨내도록 하다보니 코치가 인상쓰고 있기 보다 웃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수는 투수 뿐 아니라 모든 야수를 아우르며 소통을 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가급적 웃으며 좋은 말로 다가가는 일이 많다보니 그것이 생활화 돼 잘 웃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코치는 "한화에 와보니 여느 구단들이 그렇듯 주전과 백업 간의 격차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며 "최재훈이라는 주전 포수가 있어서 시즌을 치르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백업 선수들이 성장해서 그 격차를 줄여야 강팀이 될 수 있다. 내 목표 역시 젊은 포수들을 성장시키는 것으로 잡았다"고 했다. 그는 "물론 단기간에 되는 것은 아니다. 포수는 한번의 실수가 실점으로 연결될 뿐 아니라 팀의 밸런스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포지션이라 육성에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내가 있는 동안 내가 가진 것들을 젊은 포수들에게 이식하고 지도해서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정민 코치가 희망을 갖는 건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기용 방식 때문이다. 김 코치는 "수베로 감독님은 포수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잘 마련해주는 감독이다. 주전과 백업 포수 간 이닝을 확실히 관리해주는 감독"이라며 "실제 지난시즌 최재훈이 약 850이닝, 백업포수로 박상언이 약 330이닝을 소화했는데 이건 백업 포수에게 '나에게 300이닝이라는 기회가 있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이러한 점들은 분명 우리 포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 긍정적인 부분들을 잘 살려 우리 팀에 가능성 있는 좋은 자원들을 성장시키는 데 온 힘을 쏟고 싶다"고 전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