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 계약만큼이나 주축 선수 장기 연장 계약으로 큰 관심을 모은 메이저리그(MLB) 스토브리그. 일본인 메이저리거 다르빗슈 유(37)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우리 나이로 서른여덟 살, 선수 황혼기에 있는 그가 현 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무려 6년 연장 계약을 따냈기 때문이다. 총액은 1억 800만 달러(약 1360억원)다.
30대 후반 투수가 40대를 훌쩍 넘긴 나이까지 현역 생활을 보장받았다. 구단이 선수의 기량과 내구성이 급격하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일본 리그 최고 투수였던 다르빗슈는 2012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2018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1억 2600만 달러에 FA 계약했고, 2021시즌 샌디에이고로 이적했다.
그사이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데뷔 3년(2012~2014)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지만, 이후 지난 시즌까지는 2017시즌 한 번만 10승을 거뒀다. 2015·2018년 팔꿈치 수술을 받기도 했다.
2022시즌은 잘 던졌다. 30경기에 등판, 16승 8패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하며 샌디에이고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조 머스그로브·션 마네아·블레이크 스넬 등 리그 정상급 투수들이 샌디에이고 선발진을 채우고 있지만 1선발 역할은 단연 다르빗슈가 해냈다.
샌디에이고는 리그 정상급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 여전히 시속 150㎞대 강속구를 뿌리고, '팔색조' 변화구 구사 능력을 갖춘 다르빗슈라면 향후 2~3년은 선발진 상위 순번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두루 감안해도 6년은 파격적인 기간이다. 올겨울 텍사스와 FA 계약한 리그 최고 투수 제이크 디그롬이 5년을 보장받았다. 그는 다르빗슈보다 2살 어리다. 1984년생 맥스 슈어저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뉴욕 메츠와 3년 계약, 1983년생 저스틴 벌렌더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2년 계약했다. 2026~2028시즌, 다르빗슈가 마흔한 살부터 마흔세 살까지 3년 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다르빗슈의 계약에 국내 MLB팬들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보유한 아시안 투수 통산 최다승(124승)이 깨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빠졌다. 다르빗슈는 MLB 11시즌 동안 95승 75패를 기록했다. 신기록까지는 30승 남았다. 연평균 5승이면 가능하다. 다르빗슈가 30경기 이상 등판해 5승도 거두지 못한 시즌은 한 번도 없다.
다르빗슈는 노모에 뒤를 이어 MLB에서 가장 성공한 일본인 투수다. 현재 아이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도 아직 통산 28승 불과하다. 박찬호는 LA 다저스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 노모 히데오(123승)를 넘어섰다. 노모의 후계자가 그 기록을 다시 넘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