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은 지난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전에서 블로킹 5개를 포함해 17득점을 기록,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인삼공사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9점을 뽑았지만, 승부처에서는 정호영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다.
정호영은 1세트 21-17에서 속공과 블로킹 2개씩을 기록하며 팀의 연속 4득점을 책임졌다. 인삼공사가 1세트를 25-17로 따낸 가운데 이날의 승부처는 2세트였다. 인삼공사는 22-24로 뒤진 상황에서 정호영이 오픈 공격에 이어 상대 모마의 백어택을 가로막아 승부를 듀스로 끌고 갔다. 이어 정호영이 속공 득점을 올려 25-24, 매치 포인트에 도달했다. 이어 이소영이 정호영과 함께 블로킹을 떠 모마의 백어택을 가로막으면서 세트 스코어 2-0을 만들었다. 인삼공사는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해 4위(승점 41)로 도약, 봄 배구 희망을 이어갔다.
정호영은 1m90㎝의 큰 키를 자랑한다. 선명여고 시절부터 '제2의 김연경'으로 불렸다. 뛰어난 체격에 실력까지 갖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2019~20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인삼공사에 입단했다. 이후 정호영은 '제2의 김연경'이라는 수식어만큼 성장하지 못해 스스로 많은 부담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프로 입단 후 포지션도 고민거리였다. 고교 시절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뛰었지만, 파워와 리시브가 약했다. 프로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는 신장과 파워가 뛰어난 외국인 선수가 독차지한다. 때문에 정호영의 포지션을 놓고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와 미들 블로커(센터) 중 어느 쪽이 더 좋을지 프로 사령탑 의견은 엇갈렸다.
정호영은 2019~20시즌 데뷔해 레프트로 뛰며 총 20득점에 그쳤다. 미들 블로커로 변신한 2020~21시즌에는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됐다. 시즌 첫 경기에서 날벼락을 맞았다. 정호영은 2021~22시즌 미들 블로커로 정착하며 총 152득점을 기록했다. 기대만큼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번 시즌 정호영은 한층 성장했다. 지난해와 같은 28경기를 소화한 현재 커리어하이인 270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3년간 올린 총득점을 가뿐히 돌파했다. 특히 1월 이후 출전한 11경기 가운데 8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1월 25일 흥국생명전에서는 개인 최다인 21점을 뽑았다. 미들 블로커로서 잘 자리 잡는 모양새다.
차세대 국가대표 미들 블로커로 손꼽히는 정호영은 이번 시즌 세트당 블로킹 0.620개로 6위에 올라 있다. 20대 신예 선수 중 가장 돋보인다. 블로킹 1~5위를 점령하고 있는 한수지(GS칼텍스·0.796개)-김수지(IBK기업은행·0.777개)-배유나(0.769개)-정대영(0.729개·이상 한국도로공사)-양효진(현대건설·0.714개) 등 베테랑 미들 블로커 뒤를 잇고 있다. 이 가운데 양효진과 김수지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해 세대교체가 절실하다.
정호영은 높이와 스피드를 이용한 공격력도 좋다. 속공 부문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그는 레프트에서 센터로 전향한 팀 선배 한송이의 조언을 얻고 있다. 또한 전임 이형택 감독에 이어 고희진 감독까지 미들 블로커 출신 사령탑의 지도를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시즌에는 내가 어느 정도 예측하고 블로킹을 만드는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