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이 달라졌다. 기량차가 쉽게 드러나는 편성을 바탕으로 고득점자, 이른바 ‘축’을 중심으로 후착 후보를 찾는 단순한 패턴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벨로드롬은 저배당 비율이 너무 커 속된 말로 ‘맞추긴 쉽지만 먹을 게 없다’는 말이 유행일 정도였다. 이런 현상은 출전 선수나 경주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코로나19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하루 5배 미만의 저배당이 전체의 90%에 육박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물론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나 아쉬움을 지적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었다.
하지만 새해 들어 경주의 질적 향상과 박진감 넘치는 경주를 유도하고자 선두유도원 퇴피시점, 즉 시행제도(반 바퀴 조기퇴피)에 변화를 줬다. 그리고 엇비슷한 기량의 선수들을 묶은 이른바 혼전 경주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의도는 적중했다. 올 시즌 1∼5회차 집계로 보면 최저배당 인기 1, 2위 경주권의 비율이 전체 37.5%에서 31.7%로 감소됐다. 이중 우수급은 지난해 33.3%에서 올 시즌 19.0%로 급감해 가장 많은 변화를 보였다. 그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경주가 증가했다. 반대로 쌍승 기준 5~20배에 이르는 중배당 이상 비율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됐다.
높은 배당은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이는 시즌 초 입장객이 눈에 띄게 증가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흥미로운 경쟁과 더불어 가져갈 것도 있으니 자발적으로 벨로드롬을 찾는 것이다.
이처럼 편성 양상이 달라짐에 따라 전문가들 역시 투자 전략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우선 드러나는 과거와의 차이점은 강자는 강자대로 약자는 약자대로 비슷한 기량의 편성이 증가돼 강축 1인 경주가 줄어든 대신 3, 4파전 이상의 경주가 늘었다는 것이다. 또 연대가 뚜렷하게 이분화돼 세력 간 충돌이 야기되는 경주가 증가, 변수가 많아졌다.
여기에 축이 뚜렷할 경우 나머지 후보 간의 승부욕이 고취돼 후착 선정이 어려워져 복잡한 경주가 증가했다. 선행 1인에 마크 추입형 6명의 단순한 전개가 사라진 반면 비슷한 전법의 선수들이 몰린 경주도 증가하고 있다. 끝으로 요일에 관계없이 까다로운 경주를 일정수준 배정시킨다. 즉 과거의 요일별 차별화, 시드, 고득점자의 대한 일방적 우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면 기량이 처지거나 기세가 불안한 선수더라도 뭔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되면서 승부욕이 발동되는 경주가 늘었다는 점이다. 편성에 따라 흔히 표현하는 도전 세력이 입상후보가 될 수 있고, 복병 역시 도전 세력으로 격상될 수 있는 것이 과거와 다른 구조적 차이다. 최근 벨로드롬에 확실히 저배당이 줄고, 중배당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원인이다.
박창현 경륜 전문가는 “우선 편성이 다양해진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 매우 많아 환영하는 팬들이 많다”며 “우열이 뚜렷한 경주도 약 30% 나오기 때문에 저배당을 선호하는 팬들도 굳이 막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선호하는 배당이나 취향에 맞게 경주를 선택하고 접근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