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일영은 지난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프로농구 정규리그 5라운드 수원 KT전에서 16점 5리바운드로 활약했다. 2쿼터에만 13점을 몰아넣는 맹활약을 펼쳐 팀의 91-82 승리를 이끌었다.
허일영은 어느덧 13번째 시즌을 맞이한 베테랑이다. 지난 2009~10시즌 대구 오리온(현 고양 캐롯)에서 데뷔해 2020~21시즌까지 한 팀에서만 뛰었고, 주장까지 맡았던 프랜차이즈였다. 그랬던 그가 지난 시즌 SK로 이적했고 첫해부터 우승도 경험했다.
리더였던 오리온 시절과 역할은 달라졌지만, 허일영은 여전히 SK의 중요한 조각 중 하나다. 풀타임 출장은 어려워도 여전히 예리한 3점슛 능력과 노련한 플레이로 전희철 SK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다.
15일 기준 공동 3위인 SK는 올 시즌 순위 싸움 라이벌인 창원 LG와 울산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활동량과 스피드 대결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전 감독은 "현대모비스와 LG의 뛰는 속도가 우리 1.2배는 된다. 허일영도 '전 (이)우석이(현대모비스) 못 따라갑니다'라고 인정하더라. 노인이 99즈(1999년생 선수들)를 따라다니기가 힘들긴 할 것"이라며 "허일영은 두 번 뛰고 나면 죽겠다고 한다. 그래서 인정을 받아냈다. '너 힘들지?' 하니 '너무 힘듭니다' 하더라"고 웃었다.
전 감독은 그러면서도 14일 경기에 앞서 "오늘은 허일영이 터질 것"이라고 했다. 허일영은 그 말대로 '터졌고', 전 감독은 경기 후 "잘할 줄 알았다"고 기뻐했다.
허일영은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안다. 풀타임 출장은 어렵지만, 3점슛 성공률이 39.1%로 리그 25위를 기록 중이다. 개인 커리어 평균(40.2%)에는 미치지 못해도 여전히 준수하다.
허일영은 "최준용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건 쉽지 않다. 나와 플레이스타일도 다르다. 그래도 준용이가 없을 때 없는 대로 경기해야 한다"며 "동료들이 2쿼터에 나를 믿고 득점 기회를 밀어줬다. 자신감이 붙더라.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시즌 말 빡빡한 일정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다. SK는 최근 9일 동안 6경기가 몰린 강행군을 소화 중이다. 이후 3월에는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챔피언스위크에 참가해야 한다.
허일영에게 컨디션 관리를 묻자 "확실히 일정이 빡빡한 것 같다"며 "이제 운동 강도를 높이기보다는 휴식이 필요하더라. 조금만 많이 뛰면 다음 날 힘든 게 느껴진다. 잘 먹고 잘 쉬고 훈련 때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경기당 20분에서 25분까지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허일영은 후배들의 멘토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14일 22득점으로 활약한 오재현은 “슛이 평소에 오른쪽으로 빗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자 일영 형이 '오른쪽으로 빠지면 왼쪽 보고 던져'라고 했다. 그래서 왼쪽을 맞춘다는 생각으로 던지는데 정말 맞아 떨어졌다. 일영 형은 내 슛이 오른쪽으로 빗나가면 리바운드로 잡아주고, 왼쪽을 맞춰서 제대로 들어가면 칭찬해준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전 감독이 그렇듯 허일영도 솔직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허일영은 "물론 작은 선수는 (빨라서) 따라잡기 힘들다. 감독님께도 인정한다 했다. 대신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했다. 감독님 배려 덕분에 경기 준비를 확실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