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은 15일(한국시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선수단에 합류했다. 이 감독을 비롯한 WBC 야구대표팀 선수단은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집결, 16일 본격 훈련을 앞두고 숙소에 짐을 풀었다.
WBC 일정이 시작하면서 대표팀 사령탑 이강철 감독의 '합법적 외도'도 시작됐다. 2021년 KT의 통합 우승을 이끈 이 감독은 지난해 7월 WBC 사령탑에 올랐다. 지난 2월 1일부터 투손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KT 선수단을 지도했지만, WBC 대표팀이 소집되면서 구단 캠프를 완주할 수 없게 됐다. 대표팀 훈련 장소가 KT 캠프지인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여서 이동 거리는 짧다. 그래도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시즌을 구상하는 2~3월 소속팀을 떠나는 건 작지 않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은 15일 선수단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볼 선수는 다 봤다. 주전급 선수들은 몸 상태를 잘 만든 것 같다. 너무 빠르게 (컨디션이) 올라온 선수도 있다"며 "김태균 수석 코치가 잘할 거다. 선수들 스타일도 잘 아니까 걱정이 덜하다. 안 보려고 해도 (대표팀 훈련지가 바로 옆이라) 볼 수밖에 없는 동선인데 그게 좀 괜찮은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는 KT와 WBC 대표팀 이외에 KIA 타이거즈도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WBC는 3월 8일 개막한다. 야구대표팀은 개막 이튿날 B조 1라운드 호주와 첫 경기를 치른다. 이강철 감독은 대표팀 성적에 따라 최대 한 달 이상 소속팀을 비운다. 대표팀 합류 전 이 감독은 개막전 선발과 선발 라인업 구성을 대부분 마쳤다. 비밀에 부치는 주요 내용을 선뜻 공개하기도 했다. 4월 1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시즌 개막전은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이 맡는다. 중심타선은 박병호와 앤서니 알포드, 장성우로 채울 계획. 리드오프로 조용호가 나서고, 관심이 쏠리는 강백호는 2번을 맡는다.
이강철 감독은 "벤자민의 상태가 진짜 좋다. 한 번 보면 알 거다. 오늘 (라이브 피칭에서) 149㎞/h까지 나왔다. 지난해 시즌 때 가장 잘 나온 게 147㎞/h였다"며 "(라이브 피칭 때 타석에 선) 강백호가 'KBO리그 역대 최고 왼손을 봤다'고 그랬다더라. 눈에 보이게 좋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타격 코치와 얘길 했는데 2번 타순을 생각하고 백호한테 물어봤다. '괜찮다'고 해서 그대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황재균-배정대-박경수-김상수로 이어지는 하위 타순까지 구상을 마쳤다. 강백호가 지명타자, 박병호가 1루를 주로 맡는다.
WBC 대표팀 소집에 앞서 이강철 감독은 대부분의 내용을 '임시 감독' 김태균 수석 코치와 공유했다. 이 감독은 "(중요한 결정 사항을) 빨리 말해놔야 수석 코치가 알아서 정리할 수 있다. 우리 멤버는 항상 비슷해서 거짓말할 게 없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