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5년차. 하지만 미국은 처음이다. 지난 14년 동안 푸른색 유니폼만 입고 괌과 일본 오키나와 그라운드를 누볐던 김상수(33)는 프로 데뷔 15년 만에 찾은 낯선 미국땅에서 새 팀, 새 분위기에 적응하고 있다.
김상수는 지난 겨울 정들었던 삼성 라이온즈를 떠났다. 2022시즌을 마치고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상수는 4년 총액 29억원(계약금 8억원·총 연봉 15억원·총 옵션 6억원)의 조건으로 KT 위즈의 손을 잡으며 둥지를 옮겼다. 이제는 푸른색이 아닌, 검은색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새 팀에서 김상수의 역할은 명확하다. KT는 기존 주전 유격수였던 심우준의 입대로 내야에 큰 구멍이 생겼다. 하지만 김상수라는 합리적인 외부 수혈로 빈자리를 채웠다. 김상수는 최근 4년간 2루수로 시즌을 준비하긴 했지만, 지난 시즌 중반 다시 유격수로 돌아와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한 바 있다. 데뷔 후 10년간 국내 최고의 유격수로 이름을 날린 명성은 어디 가지 않았다.
김상수는 KT에서 주전 유격수의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KT 제공
KT에서도 이 명맥을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김상수는 “아직 부족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스프링캠프 출국 전 김상수는 “지난해 후반기에 유격수로 돌아왔지만 아직 (유격수) 공백이 크다. 캠프 동안 수비 훈련에 더 집중하겠다”라며 수비를 강조했고, 캠프에서 임한 구단 인터뷰에서도 그는 “군대를 간 (심)우준이가 이전에 굉장히 좋은 수비를 많이 해줬던 걸로 기억한다"며 후배의 빈 자리를 메우겠다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새 팀 적응에는 문제가 없다. 박경수-박병호-황재균이 포진된 베테랑 내야진도 든든하다. 삼성에선 김지찬-이재현 등 어린 선수들을 이끌며 경기를 이끌었다면, KT에선 베테랑 내야수들과 호흡을 맞춰 부담이 덜하다. 김상수도 베테랑 반열에 들어선 만큼 새 동료들과는 이미 친하다. 강백호-오윤석-신본기 등과 새롭게 호흡을 맞춰야 하지만, 신인급 선수들을 이끌었던 삼성 때보다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타격 훈련 중인 KT 김상수. KT 제공
다만 김상수는 새로운 부담감과 싸워야 한다. 현재 KT의 내야진 선수층(뎁스)은 결코 탄탄하지 않다. 특히 유격수 자리가 그렇다. 신본기가 FA 협상 끝에 잔류했지만, 그 외 눈에 띄는 유격수 자원은 없다. 심우준이 그랬던 것처럼 김상수도 시즌 풀타임에 가까운 출전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상수는 지난해 늑간근 손상 등 부상으로 시즌을 절반(72경기)밖에 치르지 못했다. 부상 전력과 나이를 고려한다면 새 시즌 풀타임은 김상수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상수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안 아프고 모든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이번 캠프의 목표다”라고 말한 그는 “올 시즌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게 제일 큰 목표”라며 건강 또 건강을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