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은 지난 15일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한 뒤 최근 떠돌던 은퇴설에 대해 "은퇴 생각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다음 시즌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주변에서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신다"며 "현재 구단과 조율 중이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진 않았지만, 어쩌면 2022~23시즌이 김연경이 선수로 뛰는 마지막 시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피날레'가 더욱 중요하다.
김연경은 한국(리그 3회·컵 1회), 일본(리그 1회·컵 1회), 터키(리그 2회·컵 3회)를 누비면서 무려 11회나 리그 및 컵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1회)와 CEV컵(1회)까지 합치면 13번이나 우승했다. 득점상과 최우수선수(MVP)도 여러 차례 받았다.
V리그 우승은 14년 전, 2008~09 시즌이 마지막이다. 이후 일본-터키-중국 무대를 거친 김연경은 2020~21시즌 11년 만에 V리그에 복귀했다. '흥벤져스'로 불리며 역대 최고 전력을 자랑했지만,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폭 논란'으로 떠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흥국생명은 권순찬 감독 경질 후폭풍을 겪는 상황에서도 선수단이 하나로 똘똘 뭉쳐 선전하고 있다. 지난 11일 IBK기업은행에 1-3으로 져 1위 등극 기회를 놓쳤지만, 15일 페퍼저축은행을 물리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김연경은 "중간중간 1위 등극의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놓쳤다. 계속 2위를 사수하면서 선두 싸움을 펼쳤다"며 "IBK기업은행전에 부담이 컸다.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아 반성했다. 최고참 (김)해란 언니를 토대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선수들이 정말 잘 싸웠다"고 기뻐했다.
1위를 질주하던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부상과 적응 문제로 4연패에 빠지며 주춤하고 있다. 17일 KGC인삼공사에서도 2-3으로 졌다. 흥국생명은 현대건설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승점 63을 기록, 현대건설(62)에 승점 1이 앞서 있다.
어렵게 1위에 오른 김연경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는 "지금부터가 중요한 고비다. 앞으로 8경기가 남아 있다. 모든 팀에서 부상 선수 나오고 있다. 선수들의 체력적으로 떨어질 때"라며 "버텨서 8경기를 잘 마무리 해야 된다. 앞으로의 경기에 따라 선두를 지킬 수 있느냐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흥국생명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김미연이 무릎이 좋지 않아 15일 페퍼저축은행전에 결장했다.
김연경은 공격 종합 전체 1위(46.02%), 국내 선수 득점 1위(530점, 전체 5위) 등 여전히 V리그 최고의 기량을 자랑한다. 우승 도전을 위해선 세터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김연경은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합류한 이원정과의 호흡에 대해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 서로의 성향을 파악해 나가는 중"이라면서 "(이)원정이가 GS칼텍스에서 많이 뛰지 않아 흐름을 찾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점점 출전 시간을 늘려가면서 감각을 찾는 듯 하다"라고 기대했다.
김연경은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 수상 후 "올스타전 MVP로 좋은 에너지와 기운을 받았다. 5~6라운드에 잘해서 정규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챔프전에도 진출해 좋은 결과로 마무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대경 흥국생명 감독 대행은 "지난 7일 현대건설전에 '올인'을 했다. 체력 여파가 있었다"며 "남은 경기에선 선수들의 부상이 나오지 않는데 초점을 둘 것이다. 체력과 부상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