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나 오피스텔 수백 채를 소유한 이른바 ‘빌라왕’ 같은 일부 임대사업자가 임차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지키지 않았는데도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등록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어겨 지자체가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지난 한 해 전국에서 37건이었다.
부과 금액은 총 6억3452만원으로 건당 평균 1715만원 수준이었다.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대사업자는 보증금의 최대 10%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지자체는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기간이 3개월 이하이면 보증금의 5%, 6개월 이하면 보증금의 7%, 6개월을 넘기면 10%를 과태료로 부과한다. 다만, 과태료 총액이 3000만원을 넘을 수는 없다.
수도권에서는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나타났지만 지난해 과태료 부과가 서울 17건, 경기 7건, 인천 4건 등 총 28건에 그쳤다. 지방에서는 부산 4건, 경북 2건, 경남 2건, 충남 1건의 과태료 부과가 있었다.
보증보험 미가입에 대한 지자체들의 단속과 행정처분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전세 사기가 다발적으로 발생하자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서울 강서구의 경우 일종의 ‘악성 임대인‘ 명단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를 대상으로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전수 조사한 결과 254가구의 미가입을 발견했다. 현재 과태료 부과를 위한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과태료 부과 건수는 8건(부과 금액 1억7200만원)뿐이었다.
서울 자치구 중 강서구의 과태료 부과 건수가 가장 많다. 성북구(3건), 관악구(2건), 송파구(2건), 광진구(1건), 양천구(1건)가 뒤를 이었고 나머지 19개 자치구는 아예 보증보험 가입 의무 위반과 관련한 과태료 부과 실적이 없다.
정부는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으나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민간임대주택법의 과태료 부과 기준에는 ‘위반 행위가 둘 이상인 경우 부과금액이 많은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조항이 있다.
부과권자는 ‘위반의 내용·정도가 중대해 임차인 등에게 미치는 피해가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 한해 과태료 금액을 50% 범위 내에서 늘릴 수 있다.
문제는 임대사업자가 5가구에 대한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위반했든 100가구에 대한 의무를 위반했든 이에 따른 과태료는 최대 4500만원이라는 점이다.
사망한 빌라왕 김 모 씨의 경우 전국에서 주택 462채의 임대사업자로 등록돼 있는데 보증보험에 가입한 건 44채뿐이다. 418채에 대한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위반해도 최대 과태료는 4500만원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