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클차트 뮤직 어워즈 2022’에서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수상 비중이 전체의 40%에 육박했다.
SM의 경영권을 놓고 시작된 내홍 속 하이브가 SM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고 일반 주주의 주식 매입에 나서면서 이번 시상식은 두 회사의 합병시 영향력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가늠할 만한 시험대가 됐다는 평이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써클차트 뮤직 어워즈 2022’(써클차트 어워즈)가 개최됐다. 시상식에서는 ‘올해의 가수상 음원 부문’(12팀), ‘올해의 가수상 앨범 부문’(4팀), ‘올해의 신인상 디지털 음원 부문’(1팀), ‘올해의 신인상 피지컬 앨범 부문’(1팀), ‘특별상’(22팀)까지 총 40개 부문 수상이 진행됐다. 일부 부문에서 중복 수상이 이뤄져 총 43팀에게 트로피가 돌아갔다.
이중 SM 소속 가수는 태연(올해의 가수상 음원 부문 2월), NCT(올해의 가수상 앨범 부문 1분기), NCT드림(올해의 탑 키트셀러상), 에스파 (올해의 가수상 음원 부문 7월)까지 총 4팀이 수상했다.
하이브의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는 방탄소년단(올해의 가수상 앨범 부문 3분기, 올해의 가수상 음원 부문 6월, 올해의 소셜 핫 스타상, 올해의 리테일 앨범상, 아이돌플러스 글로벌 아티스트상)이 5관왕을 달성한 데 이어 세븐틴(올해의 그룹상, 올해의 가수상 앨범 부문 2분기)은 2관왕을 차지했다. 또 투모로우바이투게더(올해의 월드 한류스타상), 르세라핌(올해의 가수상 음원 부문 5·10월), 뉴진스(올해의 신인상 음원), 엔하이픈(올해의 핫 퍼포먼스상)까지 총 6팀이 12개의 상을 받았다.
써클차트 뮤직 어워즈는 국내외 온라인 음악서비스 사업자의 데이터와 앨범판매량, SNS 데이터를 집계하는 써클차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특정 음원 사이트나 방송사의 기준이 아닌 음원과 앨범판매량 집계가 기준인 만큼 수상결과는 실제 시장점유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SM과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는 총 43개의 트로피 중 16개를 수상하며 3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중 해외 아티스트와 프로듀서에게 주어진 9개의 트로피를 빼면 비중은 과반에 가까운 47%에 달한다. 두 대형 기획사가 결합한다면 적어도 아이돌 그룹 시장에서는 ‘독점’이라 할 수 있는 점유율 50%도 가능한 상황을 예고하는 듯하다.
특히 향후 K팝 시장의 판도를 예고하는 차세대 아이돌 경쟁에서도 두 회사의 점유율은 높았다. 걸그룹 중에서는 에스파와 르세라핌, 뉴진스, 보이그룹 중에서는 NCT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이 SM과 하이브 소속이었다.
두 회사가 한 집안이 된다면 시너지를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SM은 아이돌 그룹의 기획, 제작에 탁월한 모습을 보여왔다. 기획단계부터 철저하게 ‘만들어진 아이돌’의 완성도를 높여 데뷔를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아티스트들의 자율성을 높게 평가했다. 두 회사가 서로 부족한 점을 채운다면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파워를 낼 수 있다. 서로 성향이 다른 그룹 멤버들이 음악적 협업을 통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면 단순히 이들 회사만을 넘어 K팝 업계 전체에도 새로운 자극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NCT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룹들이다. 이들의 활동방식에 대한 노하우 공유 역시 회사에 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거대한 ‘매머드 기획사’가 탄생되면서 생기는 우려 사항도 있다. 한 기획사에 속한 아티스트가 많아지고 경쟁체제를 피하게 되면서 한 아티스트의 컴백 주기가 그 만큼 길어질 수 있다. 수익적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SM과 하이브가 팬 페이지 플랫폼 ‘버블’과 ‘위버스’를 각각 운영 중인데 이 또한 회사 합병 이후 하나로 통합되든 두개가 나뉘어 운영되든 경쟁력은 기존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외적으로 SM과 하이브가 결합한다면 올해는 브랜드파워가 형성될 수 있다”며 “다수의 인기 그룹과 신예 그룹이 많은 SM과 하이브가 함께 컬래버레이션을 한다면 콘텐츠가 훨씬 더 풍부해질 수 있다. 하이브는 북미를 중심으로 강세를, SM은 아시아 쪽에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경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간 SM과 하이브는 선발주자와 후발주자로서 경쟁체제를 구축해왔는데, (인수가 된다면) 단일 기업화가 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SM 내부의 분열, 기획사 간 유기적 통합 가능성, 경영의 투명성 문제 등이 걸림돌이라 변수가 작용한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따라 K팝 브랜드 가치와 실질적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