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111클럽'(영업이익 1조원 이상·시가총액 1조원 이상·1000명 이상 고용)에 가입한 국내 기업이 4곳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이 낸 법인세 규모만 7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내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데이터 분석 조직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이 2012~2021년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한 번이라도 111클럽에 가입한 적이 있는 기업은 34곳에 그쳤다.
111클럽에 속한 기업의 수는 한 해 평균 15곳으로 집계됐다. 2021년에는 23곳으로 10년 중 유일하게 20곳을 넘었다. 이에 반해 2013년에는 10곳으로 가장 적었다.
최근 상장한 기업이 2500곳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111클럽은 상위 1% 안에 드는 최우등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카카오·셀트리온처럼 잘 알려진 기업들도 시총만 놓고 보면 최상위에 속하지만 영업이익 기준 미달로 포함되지 못했다.
데이터랩 관계자는 "111클럽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기업 외형과 내실이 튼실함은 물론, 국가 세수 증가와 고용 창출에도 공헌도가 높아 국가대표급 슈퍼기업으로 응축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높다"고 했다.
삼성전자·포스코홀딩스·기업은행·현대모비스는 10년 동안 빠짐없이 111클럽의 세 가지 조건을 달성했다.
이 중 단연 눈에 띄는 곳은 삼성전자다.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 10조원 이상·시가총액 10조원 이상·고용 1만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 18조5104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8년 43조699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같은 해 고용은 10만명 시대를 처음 열었다. 현재 시총은 370조원대로 2위 LG에너지솔루션과 3배 가까운 격차를 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3곳 중에서는 포스코홀딩스의 위상이 남달랐다.
2012년 2조789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10년 뒤 6조6495억원으로 138% 증가했다. 고용도 1만7600명대에서 1만8200명대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기업은행은 2012년 1조원대 영업이익이 2021년에 2조원대로 뛰었다. 같은 기간 현대모비스의 고용 규모는 7000명대에서 1만명을 상회했다.
상위 4개 회사를 제외하고 10년 중 5회 이상 111클럽에 가입한 곳은 10곳이다.
SK하이닉스·LG화학·SK텔레콤 9회, 기아·삼성화재·KT&G 8회, 현대자동차 7회, 네이버·SK이노베이션·현대제철 5회의 순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2012년을 빼고 나머지 9년 동안 영업이익과 시총 1조 클럽에 포함됐다. 고용 규모도 2만명대에서 3만명대로 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재계 2위로 올라서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10년간 가장 많은 111클럽을 배출한 그룹은 삼성이다. 삼성전자·삼성화재·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전기·삼성중공업 등 6곳이다. SK·현대차·LG그룹은 각 4곳을 나타냈다.
10년 연속 111클럽에 가입한 4곳이 낸 법인세만 69조1961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53조1514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이 냈다. 이어 포스코홀딩스(6조8435억원)·현대모비스(5조1585억원)·기업은행(4조415억원)의 순으로 법인세 규모가 컸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추려 했지만, 야당이 '초부자 감세'라며 반발해 제동이 걸렸다. 결국 구간별로 1%포인트씩 낮추는 절충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밖에 111클럽 상위 4개 기업이 10년 동안 지출한 기부금은 총 3조5993억원이었다. 삼성전자가 2조6463억원으로 70%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초 자체 데이터랩을 신설한 이코노미스트는 매달 경영 트렌드에 부합하는 주제를 선정해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데이터랩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가 정부 정책 수립자들과 투자자들의 결정에 귀한 참고자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