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토트넘)은 위기일 때 강하다. 시즌 두 번째 교체 출전에서 또 한 번 득점포를 가동하며 세간의 시선을 돌려놨다.
토트넘은 2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2022~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 홈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앞서 공식전 2연패를 당한 토트넘(승점 42)은 분위기를 반전하는 동시에 뉴캐슬 유나이티드(승점 41)를 제치고 리그 4위에 올랐다.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토트넘 수석코치는 웨스트햄전을 앞두고 손흥민의 선발 제외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벤치에서 시작했고, 그의 자리는 히샤를리송이 꿰찼다. 전반부터 경기를 주도한 토트넘은 후반 11분 에메르송 로얄의 득점으로 앞서갔다.
손흥민은 후반 22분 히샤를리송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교체 투입 5분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파트너’ 해리 케인의 침투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잡았고, 침착한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올 시즌 그의 리그 5호 골. 교체로 활약했지만, 임팩트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웨스트햄전을 기점으로 손흥민을 향한 시선이 다시금 바뀌었다. 웨스트햄과 경기 전, 손흥민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손흥민은 지난달 5일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골 맛을 본 후 리그 5경기 연속 침묵했다. 지난 15일 벌인 AC밀란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부진을 이어가며 팀의 패배를 지켜봤다.
당시 토트넘 출신의 축구전문가 제이미 오하라는 “최근 토트넘 몇몇 선수에게 보이는 모습은 확실히 충격적”이라며 “도대체 손흥민에게 무슨 일이 있던 건가? 이전만 못 하다. 말도 안 된다”고 혹평했다. 손흥민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을 인정하며 “팀과 팬, 구단에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왔지만, 손흥민은 강했다. 시즌 초반 리그 6경기 연속 골 사냥에 실패한 그는 7번째 경기인 레스터 시티전에서 교체 출전해 해트트릭을 작성, 세간의 우려를 지웠다. 이번에도 22분이라는 짧은 출전 시간에도 전매특허인 침투 후 간결한 마무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벤치에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 (손흥민이) 또 한 번 득점으로 반응했다. 케인의 패스를 보고 달려가 훌륭한 터치 후 슈팅을 때렸다”며 평점 8을 건넸다. 결승 골의 주인공 에메르송(9점) 다음으로 높은 점수였다. 손흥민은 경기 후 팬들이 직접 선정한 ‘맨 오브 더 매치(MOM)’에도 선정됐다.
스텔리니 수석코치는 손흥민을 향한 변함없는 믿음을 드러냈다. 경기 후 그는 “벤치에 있던 손흥민을 투입하는 시점이 중요했다. 공간이 있을 때 손흥민은 놀라운 활약을 보여준다. 우리는 손흥민을 그런 식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손흥민이 골을 넣어서 기쁘다”고 칭찬했다.
EPL의 전설적인 공격수 로비 킨은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지난 시즌 EPL 최고 선수 중 한 명이었던 손흥민은 올 시즌 고전하고 있다”면서도 “이따금 자극이 필요한데, 손흥민은 이에 바람직한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엄지를 세웠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손흥민은 들뜨지 않았다. 그는 BBC와 인터뷰에서 “모든 선수가 벤치에 앉는 걸 원치 않지만, 내가 그곳에 앉아 있을 때는 팀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한다”며 “내가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 나아지고 싶다. 여전히 하지 못한 것들을 더 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손흥민은 웨스트햄 팬들에게 SNS(소셜미디어)상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 토트넘은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라는 공식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