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3년차인 신생 패션업체 피스피스스튜디오의 박화목(42) 대표가 말했다. “그 순간 소송을 결심했습니다. '가품 도용꾼들이 K브랜드를 무시하는구나. 그래서 함부로 디자인을 베끼고, 싸게 팔아 한몫 챙기면서 살아가는구나' 싶었어요.”
박 대표가 이끄는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최근 20·30대 여성의 '워너비' 여성복 브랜드로 떠오른 '마르디메크르디'를 운영하고 있다. 마르디메크르디는 론칭 4년 만인 지난해 약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4%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등 알짜 브랜드로 통한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반응이 뜨겁고, 성장 가능성도 커서 K패션 업계가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마르디메크르디의 장점은 나풀거리는 플레어 원피스, 커다란 꽃무늬 패턴 등 특유의 감미로운 디자인이다. 박 대표는 아내 이수현 실장과 함께 마르디메크르디를 키우기 위해 하루를 ‘죽을 둥 살 둥’ 쪼개 쓰고 있다.
잘 나가는 마르디메크르디도 결과물을 불법적으로 가져가려는 이들 앞에서는 눈물을 흘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픈마켓과 라이브커머스(라방)에서 마르디메크르디 디자인을 베낀 가품이 단돈 1만~2만원에 쉼 없이 팔려나가고 있다. 소송을 통해 한곳을 잡아내도, 다음 날이면 들판에 잡초가 자라 듯 또 다른 가품이 등장한다.
지금 글로벌은 K컬처에 푹 빠져있다. K팝, K드라마, K패션까지 '메이드 인 한국' 문화에 전 세계가 열광한다. 다른 나라는 결코 모방할 수 없는 한국만의 독보적인 스타일과 힘이 담겨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알파벳 'K'는 가장 매력적인 문화를 가진 한국만의 브랜드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굵은 땀방울이 맺힌 창착물을 불법적으로 카피하는 K브랜드는 미래가 없다. 지금은 세계가 K컬처에 환호할지 모르지만, 라방과 오픈마켓에 나도는 가품을 근절하지 못하면 명성도 금세 추락한다.
패션플랫폼 무신사와 한국브랜드패션협회는 지난 16일부터 디자인 지식재산권 보호와 가품 근절을 위해 '페이크 네버'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만연한 디자인 카피와 모조품 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협회는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를 공유하는 '페이크 허브' 페이지도 운영한다.
가품 유통을 막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짝퉁은 사지 않는 것, 발견 즉시 신고하는 것. 두 가지 원칙만 지킨다면 K컬처의 미래는 더욱 밝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