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 운동으로 타격을 입었던 유니클로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상품을 홍보하는 대신 사회복지법인과 손잡고 '느린 학습 아동'과 '경계성 지능 아동'을 지원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국에서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던 유니클로가 이런 노력을 통해 다시 과거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유니클로는 22일 서울 서대문 바비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사회복지법인 아이들미래재단과 함께 느린 학습 아동 지원을 위한 '천천히 함께' 캠페인을 출범했다. 유니클로 측은 이날 10억원을 지원해 느린 학습 아동의 기초학습능력과 대인관계 및 사회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경계성 지능 아동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놓여 적절한 교육과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유니클로와 아이들과미래재단은 느린 학습 아동이 맞춤형 지원을 받아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대인관계 역량을 향상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유니클로가 아이들과미래재단에 전달한 10억원은 향후 약 10개월 동안 느린 학습 아동을 위한 맞춤형 교육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셀바 에이코 서스테이너빌리티 커뮤니케이션 디렉터가 참석했다. 그는 "느린 학습 아동은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채 방치되는 실정"이라면서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이들 아동들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셀바 에이코 디렉터는 "이런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단 관계자도 한 목소리로 환영했다. 관심을 받지 못하던 우리 아이들에게 유니클로의 지원이 큰 힘이 될 것이라는데 뜻을 같이 했다.
이훈규 아이들과미래재단 이사장은 "느린 학습자 지원을 위한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을 위한 획기적인 지원 사업이다. 재단의 전문성을 발휘해 대한민국 사회의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교봉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센터장은 "사각지대에 있는 경계선지능인은 경계의 위치에서 타인으로부터 이해 받지 못하고 어렵고 힘든 삶을 살고 있다"며 "지원을 할 경우 놀라운 변화와 발전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보람 진건중학교 특수교사는 "경계선지능의 학생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학습 중도 포기나 학교 폭력 피해 등 다양한 사회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며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기 쉽고, 수학여행을 갈 때 자신의 옆자리에 누가 앉을지 고민해야 하는 친구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업 진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것보다 경계성지능 아동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친구와 관계라는 설명이다.
패션업계는 유니클로가 기업사회적 책무를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니클로 한국 사업을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2022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매출은 7042억원으로 지난 회계연도(5824억원)에 비해 20.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48억원으로 전년(529억원) 대비 116.8% 늘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51%)과 롯데쇼핑(49%)의 합작법인이다. 유니클로는 일본 불매 운동 전인 2018년 매출 1조4188억원, 영업이익 2383억원을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니클로가 한국 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비가 올라올 경우 얼마든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니클로 측이 한국에서도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지원하는 '진정성있는' 마케팅과 사회공헌 활동을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방치되고 제대로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지원을 선언한 유니클로의 자세 만큼은 높이 사야된다는 업계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재단 역시 부정한 기금이 아닌만큼 경계성지능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병기 아이들과미래재단 본부장은 "우리가 이번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노재팬 운동이 있었다"며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보고 일하고 있다. 위법하거나 불법적인 일이 아니다. 유니클로의 기금도 불법적으로 조성된 기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