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준은 다음 달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성인 국가대표 데뷔전을 갖는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그는 데뷔 4년 만에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이의리(21·KIA 타이거즈) 원태인(23·삼성 라이온즈) 곽빈(24·두산 베어스) 등과 함께 대표팀의 마운드 세대교체를 이끌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소속팀 KT 사령탑이자 WBC 대표팀을 이끄는 이강철 감독이 강하게 신뢰하는 투수 중 하나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를 고려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 김경문 전 감독은 소형준을 두고 "서른살 넘는 선배들과 (경쟁해) 첫해 잘 던졌고 두 번째 시즌 조금 안 좋았지만 지난해 다시 잘 던지지 않았나. 고졸 선수가 그 정도로 몸 관리한다는 건 (단순히) 공만 잘 던지는 게 아니라 수준이 높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KBO리그에는 매년 꽤 많은 투수 유망주가 프로 유니폼을 입는다. 하지만 기대대로 성장하는 투수가 손에 꼽을 정도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부상이다 .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몸이 아프면 의미 없다. 김 감독은 "미국에선 마이너리그 싱글A부터 트리플A까지 (4년 정도) 시간을 두고 몸을 만들어서 쓰는데 우리는 (최고 유망주를 뜻하는) 드래프트 원(ONE)이라고 하면 바로 쓴다. 고졸 선수들은 몸이 잘 안 돼 있고 (그런 몸으로 프로야구 정규시즌 같은) 1년 레이스를 해본 적도 없어서 어느 순간 팔이 아프다"고 말했다.
소형준과 함께 WBC 최종 엔트리에 포함한 곽빈은 2018년 1차 지명으로 프로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2018년 10월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를 받아 2019년과 2020년을 통째로 날렸다. 고교 시절의 명성을 보여주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2020년 신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됐던 정구범(23·NC 다이노스)도 비슷하다. 정구범은 소형준의 프로 입단 동기로 덕수고 재학 시절 전국구 유망주였다. 그런데 어깨를 비롯한 잔부상에 시달려 지난 시즌에야 1군에 지각 데뷔했다. 그런 면에서 소형준은 조금 특별하다. 고교 시절의 활약을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연착륙했다.
소형준은 데뷔 첫 시즌이던 2020년 13승(6패)을 따내 신인왕에 올랐다. 이듬해 7승(7패)에 그쳤지만 지난해 13승을 거둬 반등했다. 시즌 171과 3분의 1이닝을 소화, 개인 첫 규정이닝(144이닝)까지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KT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다. 프로 첫 세 시즌 동안 423과 3분의 1이닝을 책임졌다. 연평균 140이닝이 넘는다. KT 구단의 관리와 선수의 노력이 맞물린 결과다.
김태한 KT 투수 코치는 "입단할 때부터 능력이 있는 선수였다. 몸의 유연성이 타고났고 선발 체질이다. (입단 초반) KT에 선발 한 자리가 비었을 때 경험을 쌓았는데 잘 맞는 옷을 입었다"며 "기량도 기량이지만 멘털도 훌륭하다. 항상 만족하지 않고 발전하려는 생각이 있다. 목표도 높게 잡고 빈틈없이 계획대로 잘 움직인다. 어린 선수답지 않다. 한국시리즈 등 큰 경기 경험도 적은 연차에 빨리하다 보니 성장이 빨랐다"고 말했다.
소형준은 WBC에서 한 단계 진화를 노린다. 지난 20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열린 WBC 대비 KIA 타이거즈와 연습 경기에선 다섯 타자를 퍼펙트로 막아냈다. 투수 중에선 곽빈과 함께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제춘모 KT 불펜 코치는 "소형준은 손 감각이 다른 투수들과 다르다. 다른 투수들이 한 달 걸릴 것을 3~4일 만에 해낸다. 위기 상황에서 피치를 올릴 수 있는 힘도 있다"며 활약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