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우(33·NC 다이노스)가 자신의 두 번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무대를 밟는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2017년엔 누군가의 대체 선수로 합류했다면, 이번엔 외야수 ‘베스트 5’로서 당당히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6년 전 WBC 최종 명단엔 박건우의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이었던 추신수(41·SSG 랜더스)가 소속팀 반대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박건우가 대체 발탁됐다.
당시 두산 베어스 소속이었던 박건우는 2016년 132경기에 나와 타율 0.335 20홈런 OPS 0.940으로 맹활약했다. 대표팀에 뽑혀도 손색이 없는 성적이었지만, 당시 대표팀엔 2016년 타격왕 최형우(삼성·현 KIA)를 비롯해 이용규(한화·현 키움), 손아섭(롯데·현 NC), 민병헌(두산·은퇴) 등 쟁쟁한 베테랑 외야수들이 있었다. 이제 막 꽃을 피운 박건우가 들어가기엔 자리가 너무나 비좁았다.
하지만 6년 뒤 박건우는 당당히 첫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그때의 설움을 날렸다. 지난해 박건우는 111경기에 나와 타율 0.336 10홈런 61타점 OPS 0.866을 기록하며 타고투저 시절이었던 2017년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타율과 출루율은 리그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고, 국내 우타자로 범위를 좁히면 1위에 해당한다. 6년 전보다 리그 성적이 훨씬 좋다.
아울러 박건우는 6년 전보다 훨씬 성장했다. 2017년 타율 0.366 20홈런 OPS 1.006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그는 2022년까지 3할 타율을 꾸준히 기록하며 리그를 호령하는 외야수로 성장했다. 특히 박건우는 2022시즌을 마치고 현역 통산 타율 2위(0.327, 1위는 이정후 0.349)에 오르며 KBO리그 최고의 타자 반열에 올랐다. 2017년 발탁 당시 0.288의 꼬꼬마 타자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박건우는 6년 사이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이제 박건우는 한국 최고의 우타자 자격으로 세계무대를 누빈다. 이정후(키움)과 김현수(LG), 나성범(KIA), 박해민(LG) 등 쟁쟁한 외야수들과 경쟁을 치러야 하지만, 박건우는 대표팀 내 유일한 우타자 외야수라는 장점이 있다. 좌완투수를 상대로 한 장점이 분명한 데다, 지난 시즌엔 우완투수를 상대로 더 좋은 성적(타율 0.335, 좌타자 상대 0.330)을 기록한 바 있어 활용가치가 높다.
그동안 박건우는 2017년 WBC를 비롯해 세 차례 국제대회에 나섰지만 모두 백업 역할만 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대회를 치를수록 존재감은 커졌다.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국제대회 첫 선발 기회를 받은 박건우는 안타와 볼넷으로 멀티 출루하며 활약했고,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미국전과 동메달 결정전 선발로 나서 추격의 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박건우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번 국제대회에서 지난 대회에서의 설움을 극복하고 현역 타율 2위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