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베테랑스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KT와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비가 내린 뒤 날씨가 쌀쌀해졌고, 시속 31㎞ 강풍까지 불어닥쳤다. 결국 부상 예방 차원에서 평가전을 연기했다. 이 정도면 KBO리그에서도 강풍 취소 기준에 해당한다.
대표팀은 이날 고영표(KT 위즈)와 김광현(SSG 랜더스)이 2이닝씩 이어 던지는 등, 투구 이닝을 끌어올려 컨디션을 끌어올리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거센 바람과 쌀쌀한 날씨에 무산됐다. 22일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예정된 평가전이 취소되면서 정상적으로 훈련을 진행할 수 없었다.
미국 애리조나주 남부 지역은 투손은 따뜻한 날씨로 전지훈련지로 인기가 높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KT, KIA 타이거즈, NC 다이노스, 한화 이글스 등 6개 팀이 애리조나주(피닉스·투손·메사)에 1차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날씨도 따뜻하고, 훈련 환경이 좋아서다.
대표팀이 이곳을 캠프지로 확정한 이유는 또 있다. 잘 갖춰진 제반 환경과 함께, 이강철 감독이 대표팀에 전념하면서도 틈틈이 소속팀인 KT를 체크하도록 배려해서다. 대표팀과 KT는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내 훈련 공간을 나눠서 사용한다.
그런데 날씨가 말썽이다. 대표팀 첫 훈련이 실시된 지난 16일에는 오전부터 비와 눈이 쏟아졌고, 체감온도는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선수들은 마치 포스트시즌을 치를 때처럼 두꺼운 점퍼를 착용하고 훈련했다. 23일 훈련 때도 선수들은 차가운 바람에 점퍼와 바람막이를 착용하고 있었다. 따뜻한 곳에서 소속팀 캠프를 소화하고 온 일부 선수들은 "몸이 움츠러드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2019년에도 우박과 눈이 내리는 등 이상기후를 보인 애리조나는 코로나19로 인해 4년 만의 재개된 올해 역시 변덕스러운 날씨를 보인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속은 타들어 간다. WBC 첫 경기 호주전(3월 9일)까지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예년보다 훨씬 빨리 몸을 빨리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데, 날씨가 받쳐주지 않고 있다. 평가전과 훈련 계획에 차질이 빚어져 컨디션 점검이 쉽지 않다. 쌀쌀한 날씨 탓에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도 여의찮다. WBC 대표팀에 날씨 변수가 덮친 것이다.
대표팀은 24~25일 이틀 연속 KT와 평가전을 치르기로 했다. 27일 LG와 평가전을 끝으로 전지훈련을 마감하는 대표팀은 다음 달 1일 귀국해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시차 적응 및 팀 훈련에 들어간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평가전을 치른 뒤 대회 일정에 돌입한다. 이동까지 잦은 터라 남은 기간 컨디션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