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얼굴을 꾸준히 내비치지 않으면 잊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대중들한테 더 보여주고 싶었고요. 이젠 배역의 크기보다는 짧게 나와도 임팩트 있는 역할이 좋아요. 좋은 감독님, 배우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요.”
‘카지노’를 통해 제대로 한 방을 날렸다. 배우 손은서가 욕망 가득한 캐릭터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정의롭고 선한 이미지를 벗고 나타난 그는 새로운 얼굴로 대중 앞에 섰다.
디즈니+ 드라마 ‘카지노’는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손은서는 승무원 출신의 호텔 매니저 김소정을 연기했다.
손은서는 “친한 친구들한테 재밌다고 연락이 많이 왔다. 특히 해외에 사는 친구들은 나 보고 죽지 말라고 하더라(웃음). 예전같이 드라마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나라에서 방송되니까 피드백도 다각도에서 오는 것 같다”고 뿌듯한 반응을 전했다.
손은서가 연기한 김소정은 차무식의 오른팔 양정팔(이동휘)과 필립(이해우) 사이를 오가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인물. 카지노 고객의 돈 100억 원을 들고 도망치다 괴한이 쏜 총을 맞고 죽음을 맞이한다.
손은서는 “연기에 대한 욕심은 있지만, 개인적인 욕망이나 승부욕은 없는 편”이라며 “가지고 싶은 게 있다가도 관심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100억이 생긴다면 저금을 한 뒤 이자 받으면서 집을 사겠다”고 덧붙였다.
엔딩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손은서는 “죽은 것에 아쉬움은 없다. 오히려 재밌으면 좋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시즌2에는 내가 나오진 않지만, 앞에서 깔아놨던 복선들을 계속 가지고 가니까 기억에 남을 캐릭터”라고 뿌듯해했다.
‘카지노’는 다른 작품들보다 배우들과 함께할 시간이 많았다. 필리핀에서 동고동락하다 보니 끈끈함은 자연스레 생겨났다고.
“다른 작품들보다 같이 보낼 시간이 많았어요. 해외 촬영이다 보니 밥도 같이 먹고 회의도 많이 했거든요. 끈끈함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그 호흡을 그대로 가지고 촬영에 임했어요. 그날 바로 대사를 추가해서 신을 만들어가는 날도 있었어요.”
‘카지노’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중에서도 단연 주목받은 건 최민식. 그가 25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카지노’를 선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작품에 대한 기대치도 함께 높아졌다. 이날 손은서는 최민식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배운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왜 최민식 선배가 대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지 알게 됐어요. 함께 호흡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무언가가 있거든요. 늘 연기 생각을 하시고 얘기를 하다가도 자연스럽게 연기 쪽으로 흐름이 연결돼요. 선배로서의 조언은 물론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분위기도 풀어주세요. 대본도 누구보다 이해하고 계시고요. 차무식 그 자체랄까요.”
이해우와의 케미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카지노’에서 수위 높은 베드신을 선보여 시청자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손은서는 “이해우와 같은 날 입·출국했다. 대본 리딩 외에도 감독님과 얘기할 때 같이 만났다”며 “촬영 분량에 비해 해외에 오래 있다 보니 작품에 대해 의견도 많이 나누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참 신기한 작업이었고 이런 작품 만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도 배우들끼리 만나면 너무 재밌고 편하다. 시즌1 때도 모여서 같이 시청했는데 기분도 새롭더라.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걸 추억하고 공유하니까 더 끈끈해졌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카지노’는 화려한 캐스팅과 빈틈없는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일각에선 전개가 답답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에 대해 손은서는 “‘카지노’는 차무식이라는 인물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했다. 이어 “물론 과거 신들이 너무 집중적으로 나오면 답답하고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런데 드라마를 완성도 있게 그리려면 차무식의 전사가 자세히 들어가야 시청자들이 몰입해서 볼 수 있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손은서는 올해로 데뷔 15주년을 맞이했다. 2008년 드라마 ‘과거를 묻지 마세요’를 시작으로 ‘내 딸 꽃님이’, ‘메이퀸’, ‘보이스’ 시리즈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연기를 펼쳤다.
“‘카지노’는 힘들지만 재밌게 촬영했던 작품이었어요. 그만큼 배우들이 애정도 가지고 있고요. 시청자들도 많이 사랑해주시니까 보답을 받는 느낌이에요. 짧게 출연했지만, 이 작품이 너무 잘됐으면 좋겠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손은서는 영화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한동안 여성 캐릭터가 많지 않아서 영화에 출연할 기회가 잘 없었다”며 “그런 부분이 아쉽기도 해서 이제는 영화를 많이 하고 싶다. 최근 들어서 한국도 SF 장르가 많이 생겼더라. 배우와 배우 간의 연기뿐만 아니라 가상의 인물과의 연기도 궁금하다”고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