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팀 포수 양의지, 불펜 피칭 포구 (투손[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19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대한민국 대표팀 훈련. 대표팀 포수 양의지가 투수들의 불펜 피칭 포구를 하고 있다. 2023.2.20 hihong@yna.co.kr/2023-02-20 02:30:26/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투수진에서 프로 7년 차 이하 젊은 선수는 8명이다. 총인원(15명) 절반이 넘는다. 역대 대표팀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젊은 마운드다.
기량과 컨디션이 가장 좋은 투수들을 뽑았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조범현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과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대표팀 안방을 양의지(36·두산 베어스)가 지키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9시즌(2014~2022) 중 7번이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현역 최고 포수다. 일간스포츠가 세대별 야구인 40명에게 설문해 선정한 '프로야구 40주년 올스타 포수'로도 선정됐다.
양의지는 '곰·탈·여(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타자와의 수 싸움에 능하다. 무엇보다 젊은 투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줄 안다. 그라운드에선 '나만 믿고 던져'라는 제스처와 강단 있는 모습으로 투수에게 신뢰를 주고, 밖에선 장난기 많은 형처럼 먼저 다가선다. 양의지는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뛴 지난 4년(2019~2022) 많은 투수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번 WBC 대표팀 '막내' 이의리도 신인 시절(2021년) 출전한 도쿄 올림픽에서 양의지의 도움을 받았다. '강호'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나선 그는 5이닝 4피안타 3실점을 기록하며 분전, 한국의 4-3 승리에 기여했다.
이의리는 경기 뒤 "양의지 선배님 미트만 보고 던졌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했다. 이의리는 이후 미국과의 준결승전에서도 나서 5이닝 2실점 하며 호투했다.
조범현 위원장은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투수에게 베테랑 포수가 홈플레이트 뒤에 앉아 있는 건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이 금메달을 획득했던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진갑용(현 대표팀 배터리 코치)이라는 베테랑 포수 덕분에 당시 프로 3년 차였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2년 차였던 김광현(SSG 랜더스)이 더 위력적인 투구를 할 수 있었다. 김광현은 일본과의 예선에서 진갑용과 배터리로 나서 5와 3분의 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캐나다전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이번 대표팀엔 양의지가 있다. 이강철 감독도 "우리 팀(WBC)은 젊은 투수들이 많다. 이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양의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진행 중인 대표팀 훈련과 실전 경기를 통해 양의지와 젊은 투수들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양의지는 "젊은 투수들이 (경기에) 나가서 패기 있게 던지고, 포수인 내가 잘 받아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의리·소형준·원태인·김윤식 등 양의지와 소속팀이 다른 젊은 투수들은 리그 최고 포수와 배터리 호흡을 맞춰보는 특권을 얻었다. 같은 두산 소속이지만, 올해 처음 함께 훈련하는 정철원도 마찬가지다. 불펜 피칭으로 자신의 공을 평가받을 수 있고, 함께 전력 분석을 하고 실전에서 공 배합을 맞춰보면서 이전과 다른 배움을 얻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