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힘들 때 내가 더 움직여야 한다. 그걸로 팀을 더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어시스트 신기록 달성을 눈앞에 둔 안혜지(26·부산 BNK)가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여자프로농구 2위 쟁탈전에서 분전을 다짐했다.
BNK는 22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과 정규리그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72-60으로 승리하며 시즌 15승(12패)째를 거뒀다. 인천 신한은행과 승차를 없애면서 22일 기준 공동 3위에 올랐다.
이날 코트의 주인공은 포인트가드 안혜지였다. 18점 10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달성했다. 1쿼터부터 3점 슛과 돌파 득점을 적절히 섞으며 7점을 몰아쳤고, 승부처인 3쿼터 때는 패스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슈터 이소희(17점)와 포워드 김한별(16점)의 득점이 터질 수 있도록 확실하게 지원했다.
안혜지는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순위 싸움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오늘 경기가 중요한 상황인 걸 알고 있었다. 그럴수록 하던 걸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는데 그 부분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했다.
안혜지는 올 시즌 어시스트 평균 9.11개, 누적 246개로 2위(우리은행 김단비, 평균 6.18개, 누적 173개)와 차이가 큰 1위를 기록 중이다. 남은 세 경기에서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안혜지 본인이 세웠던 2019~20시즌 평균 7.7개를 너끈히 넘어설 수 있다. 2002년 겨울시즌 김지윤(당시 천안 국민은행)이 세웠던 평균 8.52개 경신도 가능하다.
안혜지는 어시스트 기록에 대해 “특별히 늘어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올 시즌 1~2라운드 때 내가 공격에 적극적으로 들어가니까 상대 수비를 나에게 더 몰리게 됐다"며 "그러면서 패스 기회가 더 쉽게 나왔다. 어시스트는 팀 동료들이 골을 넣어준 덕에 나온 기록"이라고 했다.
부산 BNK 안혜지. 사진=WKBL 제공
안혜지는 올 시즌 출전 시간 평균 36분 52초(누적 995분 29초)로 여자농구 전체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활동량 역시 팀 내 최고 수준이다. 박정은 BNK 감독은 "혜지가 활동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소희가 1대1, 2대2 능력을 좀 더 키워서 안혜지에게 쏠린 부분을 분산시키려 한다"고 언급했다.
안혜지는 “한 걸음 덜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며 "내가 더 움직여야 팀도 더 움직일 수 있다. 팀이 힘들 때 내가 더 움직여야 한다. 그걸로 팀을 더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어시스트가 안혜지의 강점이라면 슈팅은 극복하기 쉽지 않은 약점이다. 그는 시즌 평균 3점 슛 성공률이 18.94%에 불과하다. 22일 경기에서도 3점 슛 4개를 시도해 1개만 성공했다. 대신 미드레인지 슛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14개 중 7개를 성공했다.
안혜지는 “슛이 내 단점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항상 연습하는데 (잘 들어가지 않으니) 연습하는 게 아깝다고 느껴지더라. 너무 신중하게 쏘려다 보니 더 안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 자신을 더 믿고 쏘려 했다”고 이날 득점의 비결을 전했다.
BNK는 정규리그 3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22일 기준 용인 삼성생명과 승차가 반 경기, 신한은행과 승차가 없다. 세 팀의 순위는 남은 세 경기에서 2~4위로 갈리게 된다. 박정은 감독은 "이런 순위 경쟁은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오는 24일 삼성생명전도 중요한 승부처다. 안혜지는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정신력으로 버텨야 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