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돔과 고척돔의 천장 차이. 도쿄돔은 지붕이 딱딱한 구조물이 아닌 특수 재질로 만들어져 36대의 가압 송풍 팬이 돔 안으로 공기를 들여보내 상승기류로 돔의 모습을 유지하게 한다. IS 포토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오는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를 일본 도쿄돔에서 치른다. 도쿄돔은 일본 야구를 상징하는 구장 중 하나로 일본 프로야구(NPB)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이기도 하다. 대형 이벤트성 경기가 여러 차례 열려 국내 야구팬에게도 익숙한 장소다.
1988년 개장한 도쿄돔은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폴까지 거리가 100m, 센터가 122m다. 구장 사이즈가 삼성 라이온즈 홈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좌우 폴 99.5m, 센터 122.5m)와 흡사하다. 여러 이유로 NPB 구장 중 "타자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지난해 7월 요미우리 신문은 NPB 구장의 파크팩터(PF)를 공개하며 도쿄돔의 수치가 1.33이라고 전했다. 타구장보다 홈런을 치기 쉬우면 1보다 크고, 치기 어려우면 1보다 작다. 도쿄돔은 야쿠르트 스왈로스 홈구장인 메이지 진구구장(1.44)에 이어 두 번째로 PF가 높았다. 가장 홈런이 적게 나오는 주니치 드래건스 홈구장 반테린 돔 나고야(0.58)와 비교하면 차이가 꽤 컸다. 도쿄돔의 PF는 수년째 리그에서 손꼽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왜일까. 도쿄돔은 이른바 '공기부양식돔'이다. 지붕이 딱딱한 구조물이 아닌 특수 재질로 만들어졌다. 야구장을 둘러싼 36대의 가압 송풍 팬이 돔 안으로 공기를 들여보내 상승기류로 돔의 모습을 유지하게 한다. 이런 이유로 도쿄돔의 실내 기압은 실외보다 0.3%가 높다. 건물의 1층과 9층 정도의 기압 차다. 보통 기압이 높으면 공기 밀도가 무거워져 타구 비거리가 줄어들지만, 도쿄돔은 다르다. 타구가 상승기류를 타고 외야로 잘 날아간다. 2019년 프리미어12에서 도쿄돔 마운드를 밟은 왼손 투수 구창모(NC 다이노스)는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았지만, 홈런을 하나 허용했다. 확실히 타구가 잘 나간다는 느낌이었다"며 "타격 직후 펜스에도 안 맞을 거 같은 타구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더라. (경기를 직접 뛰어보니) 투수한테 조금 불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프리미어12 당시 도쿄돔의 모습. IS 포토
도쿄돔의 구조적 특징도 한몫한다. 도쿄돔은 홈플레이트 기준 우중간과 좌중간이 110m로 짧다. 한신 타이거스의 홈구장인 고시엔구장은 같은 거리가 118m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도쿄돔은) 공기 저항이 없어서 타구가 멀리 나가는 느낌이다. 뜬공을 잘 치는 타자가 유리하다"며 "대구구장(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처럼 우중간과 좌중간이 짧다"고 설명했다. 이승엽 감독은 2004년 NPB에 진출해 2011년까지 8년간 활약했다. 통산 NPB 홈런이 159개. 2006년부터 5년 동안 요미우리에서 뛰어 누구보다 도쿄돔을 잘 안다. 여러 국제대회로 도쿄돔을 경험한 손아섭(NC)은 "(돔구장인 만큼) 확실히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으니 타석에서 공이 잘 보였다"고 했다.
도쿄돔 마운드를 밟는 투수는 최대한 뜬공을 피해야 한다. 이번 WBC 야구 대표팀에는 땅볼을 잘 유도할 수 있는 투심 패스트볼(소형준·정우영)이나 포크볼(박세웅·김원중·곽빈)을 던지는 투수가 꽤 많이 발탁됐다.
지난해 KBO리그 선발 투수 기준 땅볼을 가장 잘 유도한 투수가 고영표(KT 위즈)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소형준(KT)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고 여섯 선수 모두 WBC 태극마크를 달았다. 도쿄돔은 항상 열성적인 일본 야구팬으로 가득 찬다. 마운드를 밟는 투수는 피홈런까지 머릿속에 그리며 '이중고'를 견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