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를 괴롭힌 이는 아마노 준(전북 현대)뿐만이 아니었다. 이동준 역시 장기를 가감 없이 발휘하며 ‘친정’ 울산 후방을 휘저었다.
전북은 25일 오후 2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개막전에서 1-2로 역전패했다.
선제골을 넣은 전북 입장에서는 아쉬운 패배였지만, 희망도 봤다. ‘신입생’ 이동준이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이동준은 4-2-3-1 포메이션의 2선 공격수로 나섰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 자리를 맡았다.
전반부터 이동준의 몸놀림은 유독 가벼웠다. 빠른 발을 활용한 통통 튀는 드리블로 울산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이따금 선보인 뒷공간 침투는 발군이었다. 지난해 헤르타 베를린(독일) 이적 후 정기적으로 출전하지 못해 감각에 관한 우려가 있었으나 기우였다.
100% 컨디션이 아니지만, 수비수 기본적으로 수비수 두세 명을 끌고 다니는 드리블 솜씨를 선보였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수에 막혔지만, 박스 바깥에서부터 빠르게 돌진해 나가는 모습은 울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이동준은 후반 8분 햄스트링 통증으로 인해 문선민과 교체될 때까지 ‘크랙’다운 면모를 뽐내며 이번 경기의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2021시즌 울산 소속으로 뛰었던 이동준은 당시 리그 32경기에 출전해 11골 4도움을 올리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독일 분데스리가에 도전장을 내민 그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다시금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공교롭게도 손을 내민 팀은 울산의 ‘맞수’ 전북. 지난해 12월 이적을 빠르게 마친 이동준은 스페인 전지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세간에서는 출전 감각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김상식 전북 감독은 2023시즌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 주저 없이 이동준을 꼽았다.
이동준은 수장의 기대에 부응했다. 다만 전북에서도 잦은 부상에 관한 우려를 지워야 하는 미션이 있다.
전북과 울산의 개막전 주인공은 단연 아마노였다. 지난 시즌 울산의 우승에 크게 기여한 아마노는 새 시즌을 앞두고 전북 유니폼을 입었고, 홍명보 감독은 ‘아마노가 거짓말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울산 팬들은 아마노가 공을 잡을 때마다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아마노는 개의치 않았다. 전반 10분 정확한 패스로 송민규의 득점을 돕는 등 59분간 종횡무진 활약한 후 안드레 루이스와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김희웅 기자 sergio@edaily.co.kr